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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Nov 24. 2020

'알아서 하세요'라고 외면하고 싶었다.  





며칠 전 팀원의 업무를 수습해주면서 자괴감과 함께 고구마를 백만 개 먹은 듯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정도 경력으로도 업무를 해결하지 못해 투입되어 수습을 하는데 왜 이 업무까지 내가 해주고 있어야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기한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모른 체 할 수도 없었다. 담당자는 여유로운데 나만 마음이 급하고, 애타는 이 상황을 어찌 생각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잘 매겨 처리했더라면, 자신의 업무 능력을 고려하여 시간 분배를 잘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수습해야 하는 일까지 벌여졌을까. 이 일이 급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 그 팀원에게 여러 번 그 업무를 먼저 처리해야 함을 알려주고, 그것부터 먼저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 순서를 바로 잡아주기 위해 개입을 했지만 ‘남은 것만 마무리하고 할게요’라며 안일하게 대처하는 그 팀원을 보며, '굳이 이야기해 줄 필요가 없는 거구나'. '바보같이 혼자만 또 애태우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수습을 하게 만든 그 직원을 보며, ‘알아서 하세요’란 말과 함께 그냥 외면하고 싶었다. 정말 맘 같아선 수습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 서류가 아니었고, 기한이 정해진 다른 기관 제출용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이제는 정말 알 때도 됐는데 왜 일의 시급한 정도를 알지 못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신입이라면 이해라도 하고 넘어가지. 경력이 꽤 있는 직원이 이러고 있어서 더 천불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업무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신입 팀원들에게도 항상 업무 리스트를 만들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연습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업무 순위를 잘 매기는 것도 한몫한다 생각하는 만큼 업무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평소 일이 한 번에 몰려올 때에는 기한이 가장 급한 일부터 처리를 하고, 그다음으로 가장 단 시간 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부터 해결을 한다. 업무 리스트 중 처리하는 데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부터 제외시켜나가면 업무 리스트 개수도 줄어들고, 하나라도 처리하고 나면 다음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각자가 생각하는 업무의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들은 다르겠지만 나는 저 기준에 따라 업무를 보통 처리하는 편이다.      


업무가 미숙하면 미숙할수록 여러 가지 업무를 문어발처럼 동시에 진행하는 건 피해야 한다. 그렇게 동시에 진행하다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되기 때문에 하나씩 처리하고 다음 업무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팀원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하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처리가 되지 않았을 때에는 함께 애써가며 일을 처리하고자 했을 것이다. 부정적 마음보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일을 지원하면서도 내가 왜 이것까지 해줘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상사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고, 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일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함일 때, 방향성을 잘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방향을 알려주기 위함일 때 해주는 말은 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업무 우선순위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상사의 충고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 이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사라는 이름의 그들에게는 팀원들의 업무를 지원해주는 역할이 분명히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알아서 하세요'라고 외면하고 싶지 않게, 그리고 '내가 왜 이것까지 해줘야 하지' 하는 자괴감이 들게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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