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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Dec 23. 2020

이 팀원에게 말을 아끼게 되었다.

-'알아서 하세요'라고 외면하고 싶었다. 그 후-



'알아서 하세요'라고 외면하고 싶었다 편의 그 팀원으로 인한 감정 소모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그 팀원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너무 깨져버려 과연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일이 더 있었지만 또 한 번 외부 제출용 서류로 일이 있었다. 출하는 날 오전까지 서류 피드백이 있었다. 뭐 거기까지 ok. 그날 오후 외근으로 난 몇 시간을 자리를 비웠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퇴근 얼마 전에 복귀가 되었다. 외근이 늦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후결처리 후 보고하고 결재를 득했거니 했는데 내 책상 위에 그 서류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당일 6시까지 발송해야 하는 서류로 긴급을 요하는 서류였다.


난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다. 즉 내 결재가 지금 이 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 정도 상황 파악은 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팀원은 또 이러고 있었다. 최종 결정권자의 결재가 있어야 외부발송이 가능한데 언제 복귀할지 모르는 나의 책상에 그 서류가 있는 것을 보고 난 할 말을 잃었다. 급하게 오전까지 서류 봐주고 간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돼버렸다. 결국 이번에도 외부 제출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외부발송 서류는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기관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이다. 결론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기관의 실수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것도 기관 대 기관의 신뢰를 깨버리는 일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앞으로도 이 팀원에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밖이라는 생각만 들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관계가 혼내는 상사와 혼 나는 팀원으로만 비치겠지. 그리고 내가 유독 저 팀원을 까칠하게 대한다 생각할 수 있을지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 같은 맥락으로 난 불러 이야기를 하고, 그 팀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보는 사람까지 지치게 만드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점차 이 팀원에게 말을 아끼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혼을 내는 것도 화가 나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 일이라는 것을. 특히나 피드백을 많이 주는 나로서 점차 말을 잃어간다는 건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그 팀원은 모르겠지만. 나의 피드백도 수용하고자 하는 팀원에게 의미 있을 뿐. 의미 없는 피드백을 계속 줄만큼 나란 사람은 너그럽진 않나 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일에 쳐가는 나를 그냥 둘 순 없으니깐 내가 택한 방법은 최소한의 개입이다. 정말 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만.


이제는 화도 나지 않을 것 같다. 화내는 것조차 불필요한 감정 소모일 테니. 이번 일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 혼자 애씀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앞으로 얼마나 말을 더 잃어갈지는 나도 모른다. 이번 일의 열쇠는 그 팀원이 가지고 있을 뿐. 더 이상 변화를 기다리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이제는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이 팀원에게는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개입만 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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