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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Jan 22. 2021

오라는 복은 안 오고 새해부터 일복만 몰려온다.



급한 외부 발송용 제안서를 몇 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발생되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시간 내 다 처리가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이 일만 처리하고 있을 순 없으니.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일을 시키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훨씬 빠를 때가 있. 일을 시켜 처리하다 보면 작성고, 검토하고, 수정 작업을 거치는 사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게 되도 하고, 수정 작업을 시키는 게 더 힘들 때가 많다. 일일이 다 설명하기도 그렇고, 전달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수정 작업은 반복되길 일쑤니깐.


한 번씩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면 내가 그냥 하고 말까? 그래도 기다려줘야 하나? 고민도 되고, 내적 갈등이 유발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초안 작성은 기다려 주었다.  


초안 작성 안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하기에는 초안 작성이 생각보다 다 오래 걸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난 결국 그 파일을 받아 수정하고 최종 완성을 했다. 옆에 팀원을 앉혀둔 채로 진행한 건도 있고, 상황상 수정 후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며,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함을 알려주기도 했다. 수정 보완하여 마무리 후 최종 파일을 담당자에게 전달하였다.


물론 내가 이렇게 업무를 처리하는 게 잘못된 과정인 것도 안다. 매번 이렇게 내가 업무를 처리해줄 수 없으니 개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스스로 하게끔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외부 발송용 서류, 특히나 사업 제안서 등 사업을 따내야 하는 서류 같은 경우는 선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직접  보완작업을 해주는 것은 이제 앞으로 없을 것이다' 했지만 또 급하면 난 저러고 있을 것이다. 암 그러고도 남지. 또 나 자신에게 속는 셈 치며 저렇게 말하고, 다음에는 이런 방식, 이런 방향성으로 작성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마무리하였다. 물론 어떤 팀원은 잘 수용하여 다음에 이렇게 잘 해오겠지만 또 어떤 팀원은 급하면 상사가 또 해주겠지 하고 넘기는 팀원도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내가 처리해준 대가로.




책임감인지 일에 대한 욕심인 건지. 한 번씩 이걸 다 진행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근데 난 꾸역꾸역 정해진 시간 내 다 처리를 하고 만다. 특히나 마감기한이 있는 서류를 급하게 처리하는 날은 평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결국은 시간 내 골인을 해버린다. 이렇게 하루를 애쓰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꾸역꾸역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하나, 왜 이렇게까지 뿌득뿌득하냐며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야 하나.


팀원들은 대단하다며 하지만 난 한편으로 이렇게 꾸역꾸역 다 해내는 내가 싫을 때도 많다. 그래서 일복이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아서. 이놈의 일복은 정말이지 끊이질 않는다. 물론 내가 원인제공을 했겠지.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내가 하지 뭐.', '내가 하면 빠르니 내가 수정 좀 해주지 뭐.', '바쁘니깐 그냥 혼자 처리하지 뭐.' 이러다가 그 업무가 결국 내 업무가 된 건도 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다 보니 일복은 줄줄이 사탕처럼 나에게 친구 하자며 다가온다.


새해부터 오라는 복은 안 오고, 일복만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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