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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Mar 30. 2021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직장 동료의 퇴사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최근 들어 누군가의 퇴사를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 정말 이제는 이 관계를 도저히 개선할 순 없겠구나 싶었다.

    

지난주에 작년도 아닌 재작년 미결 서류를 가지고 왔다. 수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다 날려버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 팀원을 보면서 말을 아끼다 아끼다 못해 이제는 어떠한 개입도 하기 싫게 되어버렸다. 물론 어떠한 개입을 안 할 순 없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직장생활 중 이런 마음까지 든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누군가의 개입 없이는 진정 해결이 되지 않는단 이 사실에, 그리고 팀원의 주체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이 현실에 계속 미운 감정들이 생겨난다. 이 관계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린 것 같다. 이제는 그 팀원이 어떠한 노력을 한다 해도 바뀌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팀원의 퇴사를 바라는 내 모습을 보며 그런 나 자신에게도 놀라게 된다. 이런 생각까지 할 줄은 몰랐으니깐. 사회복지사로서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근데 자꾸만 사람도 미워하게 될까 봐 내가 걱정이다. 아니라고 생각한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돌아서버리는 성격이기에.


좋은 생각만 해야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한 번씩 이런 상황이 생길 때면 그 마음들이 한없이 무너져버린다. 직장 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거에 대해 왜 민감하게 생각하지 못하는지 그것도 한 번이 어렵지 두세 번은 쉬운가 보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습관이 된 건 아닌지. 다른 동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도, 그 피해를 수습하는 사람도 이제는 모두 이런 상황들이 그냥 당연한 일인 양 넘어가고 있게 되는 것 같다. 이게 진짜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은 채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거.


직장 생활에 있어 동료들에 대해 조금만 민감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불신은 줄어들고, 피해를 주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나의 일과 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동료들인데 그 동료의 퇴사를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미운 마음인가. 근데 이게 지금의 진짜 내 속마음이라는 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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