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직장생활에 있어 크게 고비가 온 순간이 있었다. 아마 여름이었을 것이다. 퇴근하는 3일 내내 연속으로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 쌓이고 쌓였던 것이 폭발이라도 하듯 사무실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했었는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도 글을 쓰는데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하다. 그때는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힘이 들었었던 것 같다.
퇴근하는 3일 내내 눈물이 나는 것을 보며 이젠 이 기관을 정말 떠나야 하나 싶었다. 이런 적은 없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감정이 앞설 것 같아 그냥 묵묵히 그 주간을 버텨냈던 것 같다. 이야기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내 감정이 커져버릴 것 만 같아서 이 시간이 지난 후에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막상 너무 힘이 드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 힘든 주간을 지난 후 이전 상사였던 분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함께 이 공간에서 일을 하다 퇴사를 했기 때문에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분도 나의 만남 요청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었다고 했다.
어떤 마음이 들었을 때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분은 "이 기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사라질 때."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고, 내가 설 자리가 이젠 없겠구나 생각이 들어 이 곳을 떠났다고 했다. 이직을 함으로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이직을 한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있을 때는 이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 여름날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지금은 꼭 당장 퇴사를 해야 지란 그 마음은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도의적 책임이라고 해야 하나 당장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상황도 생겨버렸다. 그래서 내가 그것을 핑계 삼아 또 여기에 안주하고, 이 힘듦의 상황에 또 무뎌질까 봐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한 기관에서만 일을 하기 때문에 내가 이 기관 내에서만 갇혀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돼버리는 건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올 해는 유독 상처 받는 일도 많았고,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근무하는 동안 퇴사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해가 아닌가 싶다.
‘꼭 이곳이어야만 해’가 아니라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이제는 이 곳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 때라는 것도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새롭게 도전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사실 두렵기도 하고, 막연하기도 하다. 하지만 떠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겠지. 당장 이곳을 떠나겠다가 아니라 ‘꼭 여기여야만 해’란 생각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부딪쳐 봐야 할 것 같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되길.
다른 상황들보다 나를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결정하는 내가 되길.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내가 되길.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