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십 년이 넘는 시간을 한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십 년이 넘는 시간을 한 기관에서 일을 했다고 하면
"어떻게 참고 일했어요?" "십 년이 넘었다고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와 진짜 대단하네요 한 기관에서 그 시간을.."
"완전 배테랑이겠네요."
등등 다양한 반응이 있습니다.
후배 선생님들은 한 번씩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한 기관에서 그렇게 오래 일을 할 수 있어요?" "노하우가 뭐예요?"
그럼 저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요?
"음.. 독해서 그렇지."라고 먼저 농담을 하곤 합니다.
그런 질문받으면서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지 하고..
"처음부터 나도 이렇게 길게 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바쁘게 살다 보니 일 년이 이년이 되고,
이년이 삼 년이 되고.. 그렇게 십 년이 지나 십오 년을 한 길만 보며 온 것 같아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진짜 사직서 내고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보람된 순간도 있었고..
가슴 뭉클한 순간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도 만났고..
또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근데 누구에게나 직장에서 일을 하는 건
항상 즐거울 수 없고, 항상 힘들 수 없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지내다가 이만큼 세월이 흘렀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직업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다른 사람에 의해 치유되기도 하며,
그 관계 속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때론 좌절받기도 하며..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고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때
정말 놓고 싶은 순간들이 왜 없었겠어요
근데 그 힘든 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더라고요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괜찮아졌다가
또 일이 몰려오면 힘들었다가
또 괜찮아졌다가를 수백 번 반복했고,
지금도 그렇게 반복하고 있는 중이고요.
사람마다 고비는 있는 법이죠~
근데 그 고비의 주기가 어떻게 되느냐.
그 고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 차이인 것 같아요.
소진이란?
직업상의 스트레스. 좌절과 관련된 우울증과 무관심의 한 형태. 노동자가 지루해하고 의욕을 상실하며, 비창조적이 되고, 조건이 개선되어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나 우리 직업은 소진이 빨리 오는 편이에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치는 일이 더 많은 법이니깐요.
나에게도 소진이 오고, 후배들에게도 소진이 오죠.
근데 그걸 유독 잘 이겨내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도 커요.
내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거려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자기 마음 관리가 가장 중요한 법이죠. 가장 어렵고 한편으로는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한.
소진이 온 사회복지사들에게..
고비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에게 한 마디
"내가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을 제대로 봐줄 수 있는 법이니깐요. 남을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나를 위한 복지도 중요합니다.
내 감정을 치유하고, 휴식할 수 있는 무언가가 꼭 있어야 해요.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복지를 실천해주세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커피 한잔, 친구들과 맛있는 한 끼, 쉬어갈 수 있는 여행, 영화 한 편, 따뜻한 햇살 받으며 산책 등 일상 속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고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매일매일이 전쟁 같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많은 고비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나에게도 우리들에게 있다고 믿어요.
고생한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줄 수 있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모든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