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나에게
'자신을 믿고 한 번만 따라가 주면 안 되냐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나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손을 잡으라고..
나에게 내밀어 준 손을 그때 뿌리쳤어야 하는데...
평소라면 밀어냈을 텐데..
그때는 이전 그 사람에게 상처 받은 마음에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난 그 손을 잡고 말았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노래 가사말처럼..
힘들어하던 나의 옆에 있어준 그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다. 그때는 그냥 그 힘듦이 가시기만을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사랑이 고마웠지만 그의 마음이 온전히 나에게 닿지는 않았다.
고마운 마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누군가를 고마운 마음만으로 만날 순 없다.
그때는 나도 노력을 해야 했지만 어떠한 노력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 못한 것보다는 안 했다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내가 잡아버린 그 손을 놓고 말았다. 도저히 이런 마음으로 그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만 놓자고 해버렸다. 그때는 참 나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란 여자..
근데 그 사람은 또 바보같이 '알겠다' 하며 제 손을 놓아주더라...
차라리 날 욕했으면 내 마음이 편했을 텐데..
날 탓하기로 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그 사람은 아무 말하지 않고 알겠다고만 하며, 나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였다.
'나란 여자'는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결국 끝까지 내 마음 편하기만을 생각하다니..
그 사람 상처 받는 것보다 내 마음 편한 것을 바라는 날 보며 내가 참 이렇게 '못된 사람'이었구나..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정말 욕이라도 마음껏 해주고, 왜 그때 내민 손 잡았냐고 소리라도 칠 것 같은데..
너무 착한 그 사람은 그냥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내주었다.
그가 내민 그 손을 처음부터 잡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덜 상처 받았을 텐데..
내 이기적인 마음에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알면서
또 다른 이에게 내가 그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아마도 그 사람에게 난 참 나쁜 여자로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나쁜 여자였다. 나만 생각하던 그때였으니깐.. 이기적인 나였으니깐..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 만남은..
친구들은 들어온 복을 걷어찼다며.. 진짜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나의 등짝을 때렸다.
너 같은 사람 만나 또 상처 받아봐야 정신 차린 다며.. 나도 알고 있다. 복을 걷어찼다는 것을..
나를 그렇게 위해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을..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을 땐 나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얽히고 얽혀버린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
그냥 처음부터 그 사람과 내가 먼저 사랑했었더라면..
다른 타이밍에
그가 나에게 다가왔더라면
우리의 관계가 달라졌을 수 있었을까?
출장으로 낯선 공간에 와서 그런지
가을이라 그런지 그때 그 기억들이 떠올랐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찾아온 여유로움에
그냥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