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칼퇴근했었던 팀장입니다.

by 까칠한 여자


<나는 칼퇴근하는 팀장입니다> 편의 내용처럼 칼퇴근하는 팀장이었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은 나만을 위한 시간, 6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있더라도 모든 업무를 멈추는 팀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퇴사한 팀원들 덕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퇴사자들로 인한 남은 자들의 몫이 너무 가혹하다 생각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업무를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를 마무리짓지 않고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몇 가지 업무를 누락시키고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말이다.


올해 외부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 담당자가 10월 말일자로 퇴사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업무를 그 팀 내 대리가 가장 밀접하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업무를 맡아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근데 그 대리가 1월에 출산휴가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업무가 본인에게 주어지니 휴가를 앞당겨 쓰겠다고 11월 말일자로 긴 휴가에 들어갔다. 그 팀원들은 떠나기 전 예산을 그냥 반납하면 안 되냐고 속 편한 소리를 했다. 자신들이 벌여놓은 일은 있고 수습은 안되니 말이다. 이렇게 예산 반납을 할 거면 처음부터 어렵게 지원사업을 제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렵게 받은 예산을 이렇게 포기할 순 없는 법이다.


남은 몫을 또 누군가에 지게 할 순 없어서 자발적으로 이 사업을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이렇게 나에게 업무가 주어졌을 때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의 시간. 하지만 지원금의 50%가 지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업무 수습에 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관리 못한 나의 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업무가 엉망으로 처리되어있을 줄은 몰랐다. 팀원과 대리가 함께 업무 지원을 하고 있던 상황이고, 둘 다 경력이 있어 믿은 것이 컸나 보다.


그 팀원도 '이 업무가 하기 싫어서', 그 대리도 '이 업무가 하기 싫어서' 그렇게 떠나갔다. 그들의 그 마지막이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되어서 업무를 수습하면서도 너무너무 너무 화가 났다. '남은 누군가가 하겠지'란 생각으로 업무를 저렇게 처리하고 간 팀원들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원사업 예산을 반납할 순 없으니 12월 달력표에 일정들을 빡빡하게 채워가며, 업무들을 추진해 가고 있다. 업무 시간 내 지원사업 수습도 하고, 팀원들의 서류 및 업무를 챙겨보려고 하니 도저히 칼퇴근하고서는 처리되지 않아 업무 시작 전부터 그리고 업무시간이 끝난 시간까지 서류를 봐야지 업무의 목표치를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일분일초를 쪼개가며 정말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요즘은 정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고 있어서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에너지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자신이 소속되었던 직장을 떠날 때는 최소한 본인의 업무를 최대한 마무리 짓고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떠날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까지 배려할 필요 물론 없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닐까. 이런 식의 업무 처리로 인하여 그전에 함께 일했던 좋은 순간들까지 다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 같다. 제발 퇴사할 때 본인의 업무는 다 마무리해놓고 퇴사하자. 남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이건 당연한 담당자로서 의무 아닐까.


-나는 칼퇴근했었던 팀장입니다. 이제는 퇴사한 팀원들 덕에 칼퇴근 못하는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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