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역죄인인가 보오.'

나는 칼퇴근했었던 팀장이었습니다 - 그 뒷이야기

by 까칠한 여자


'나는 칼퇴근했었던 팀장이었습니다. ' 그 뒷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책임감 없이 떠난 팀원들 덕에 난 매일같이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사무실을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덕에 사업을 잘 마무리하였으며, 그 바쁜 와중에 사업보고서도 완성하고, 통장에 '0'을 찍히게 만들었다. '0' 찍히는 그 순간과 모든 일을 끝내고, 딱 하루 휴가를 쓴 그날만 딱 좋았던 것 같다. 왜냐면 사업평가와 회계평가 준비가 남았기 때문이다. 지원사업 같은 경우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가 관련 자료들을 준비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12월에는 사업 진행, 마무리한다고, 새해 시작하고 나서도 평가준비를 한다고 칼퇴근을 하지 못했었다. 1월 첫 주내로 모든 결과보고까지 마무리하고자 하였으나 항상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은 없다. 결국 이번 주까지 작업을 완료하여 모든 걸 다 마무리하였는데 물론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회계 서류는 결재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번 평가 준비하면서 지원사업 관련 회계서류를 보는데 아주 엉망이었다. 양파처럼 볼 때마다 오류들이 눈에 들어와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작성하지 않고 간 결과 보고도 작성한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업시간이 길어졌다.


회계서류를 보완하면서 수많은 화남이 나를 다녀갔다. 솔직히 마지막엔 서류들을 더 보고 싶지가 않았다. 볼 때마다 오류가 눈에 들어오니 또 보면 수정을 안 할 수 없으니 마지막엔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 합리화하며, 우편 보낼 준비를 했다.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수습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


모든 과정을 다 마무리하고 나니 결국 해내었다는 마음과 또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썼는지라는 마음이 교차하였다.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있지만 팀원 누군가가 한 말 때문이기도 했다.


모든 걸 다 끝내놓으니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이라 이번일 마무리가 가능한 일이었어요. 팀장님이 이렇게 잘해놓았는데 누가 부담스러워서 이 업무 맡으려 하겠어요. 다음 담당자는 걱정이 장난 아니겠어요."라고 말이다.


각자 입장차가 다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비친 나는 저런 모습이었다. 물론 모든 팀원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12월 간 나의 노력이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아서.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내가 한 일의 결과가 너무 열심히 해놓아서 다음 담당자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책임감 있게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죄 밖에 없는데 마치 대역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 말이 콕 박혀버렸다. 바쁘게 정신없이 한 달 넘게를 살다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놓고만 싶었던 정신줄 붙잡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 그 말이 더 깊숙이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열심히 일해서 누군가에는 그게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하면 과연 누가 책임감 있게 일을 하려고 할까 싶다. '나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성과를 내야지', '아 이럴 때는 저렇게 일을 처리하면 되겠구나.' ,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구나'라고 생각할 순 없을까. 또 내가 팀원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었는가, 또 괜한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으면서 새해 시작부터 참 사람을 공허하게 만든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내 마음 상태도 그런 것 같다.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그게 큰 죄인 가보오. '내가 대역죄인인가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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