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를 쓰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 오늘 내가 정한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 2"였다. 인사이드 아웃 1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겸사겸사 반차를 쓴 김에 시간도 맞아 보게 되었다.
이번 편에는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 기존 감정 캐릭터에 '당황, 부럽, 불안, 따분'이라는 새로운 감정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불안'이 가장 주된 감정이 되면서 다른 감정들과 갈등이 생겼다가 화해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바는 모든 감정이라는 것은 공존해야 한다는 것과 자아 또한 여러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난 받아들였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리뷰도 보지 않은 채 보았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온 직원들은 ' F 성향'과 '자녀를 둔 사람'이 공감하기 좋은 영화라는 말을 하며, 영화를 보러 간다는 나에게 둘 다 해당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들에게 난 '극 T'인 사람으로만 박혀있는 듯하다. 난 이 영화를 사춘기과정을 겪고 있는 주인공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들 속에 살아가고 있는 환경 속 주인공으로 바라보았다.
부정적인 감정, 잊고 싶은 기억들을 다른 공간으로 보내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잊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또한 나의 소중한 일부임을 결국에는 알게 된다. 그러한 기억과 감정, 경험들이 나를 성장하고 변화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 감정들에 대해 잘 대응해 나가고, 이겨내는 법을 각자의 방식으로 배워나가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걸 이겨내는 힘이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으며,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경험들이 그 당시에 나를 가장 힘들게도 아프게도 하지만 그로 인해 성장하고, 다시 일어날 힘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에게는 '버럭, 까칠, 따분'이란 감정이 주를 이루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해 있는 듯하다. '소심, 당황, 불안, 부럽'이란 감정들은 어딘가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예보가 바뀌어 날씨도 쨍하고, 반차를 쓰고 보고 싶던 영화도 보고, 나의 감정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그래도 오늘 하루는 '기쁨'이 주를 이룬 하루였 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떤 감정이 주를 이루는가에 따라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어른이 될수록 감정이 더 메말라가고, 단조로워지는 듯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나의 감정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