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원이 업무 관련 서류 작성 건으로 논의사항이 있다고 회의실에서 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이 문서 작성 건은 이전에도 전달했던 바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고, 핵심은 퇴사를 하겠다는 거였다. 서류 작성 건은 퇴사를 말하기 위한 핑곗거리가 된 셈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상담을 요청한다 하면 되었을 걸. 보통 팀원들이 상담을 별도로 먼저 요청한다는 것은 거의 퇴사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에 짐작이라도 하고 갔을 텐데 이번은 정말 뜬금없는 전개였다.
정말 수많은 팀원들의 퇴사상담을 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퇴사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오랜 상담을 통해서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마음이 돌려지더라도 얼마 가지 못해 결국은 퇴사를 하게 되더라. 또한 빈자리는 또 다른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게 되는 법이다. 결국은 붙잡을 필요도 없지만 붙잡는다고 붙잡히지도 않을뿐더러 마음이 떠난 상태로 일을 하는 것보단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신규 팀원이 업무를 맡는 게 훨씬 나을 때도 많다.
더군다나 이번에 퇴사를 말한 팀원은 현재 담당자로서 자신의 몫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복된 업무 피드백에 대해서도 보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변명으로 대응을 하고 있던 터라 정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업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이 팀원의 마음을 돌릴 필요는 1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 게 맞는지 확인했고, 최종 퇴사의사를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그 후 난 다른 관리자와는 앞으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함에 따라 이 상황을 공유하였다. 그리고 뒷날 너무 짧게 상담이 끝나 당황했다는 그 팀원의 이야기를 건너 전해 듣게 되었다.
며칠 전에 상반기 업무를 점검하고, 하반기 업무 방향성을 정리하면서 최종 성과 달성률과 예산 조정을 진행하였다. 상반기 진행하지 못한 사업들을 다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던 상황이라 나의 입장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퇴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긴 했다. 차라리 조정을 할 때 이야기를 했으면 담당자 변경건을 염두하고 조정했을 것이다. 근데 불과 2~3일 안에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 가고 무책임하게 퇴사를 이야기하는 그 태도에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맞았을까. 뭐 얼마나 길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너무 짧게 끝나 당황스럽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인 건지.
퇴사 상담을 길게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퇴사 의사가 명확하다면 그냥 그게 상사에게 정확하게 그 핵심이 전달되면 되는 거 아닌가. 퇴사하게 된 사유를 먼저 설명하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다음 달까지 일하고 퇴사하겠다고 본인이 그렇게 말했고, 난 그 의사를 확인한 것뿐이다.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난 수용했을 뿐인데 결과는 퇴사상담을 짧게 끝내 팀원을 당황스럽게 만든 상사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