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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Oct 12. 2024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손을 내밀어 준 느낌




지금은 현장 실무에서 이용자들을 대면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관리 부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전 실무자일 때 서비스 이용자 발굴을 위해 마을 곳곳을 돌며, 서비스에 대해 알리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발굴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며칠 동안 발로 직접 뛰며, 이용자 발굴을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발굴된 어르신들이 있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용하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으신 분들도 있고, 시간이 흘러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있다.


얼마 전 가을을 맞이하여 어르신들을 모시고, 인근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중 잠시 휴식 시간에 한 어르신이 다가오셨는데 나들이 담당자를 찾아온 줄 알았는데 나를 보기 위해 다가오신 거였다. 십 년도 더 되었는데 이전 발굴활동 때 길에서 만난 것부터, 길을 못 찾아올까 봐 여러 번 전화연락을 준 것을 다 기억하며, 선생님 덕분에 지금까지 즐겁게 활동도 하고, 이렇게 나들이로 같이 올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꼭 안아주시는데 마음이 참 뭉클해짐을 느꼈다. 한 번은 꼭 직접 고맙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90세를 앞두고 있음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나들이도 다녀오실 수 있었는데 내년에 이렇게 나들이를 올 수 있겠냐며,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고 하시길래 건강하게 내년 나들이도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였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보다는 서류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고, 후배들을 양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에너지와 열정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번 어르신과의 시간은 다시 한번 현장에서 열정 한 스푼을 더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퇴사자가 업무를 마무리하는 주간이라 신경 쓸 일도 많고, 업무 처리도 다 되지 않았음에도 책임감 없는 모습에 회의감도 들던 차라 어르신이 나에게 다가와 준 것은 참 고마운 순간이었다. 이전 어르신에게 내가 손을 내민 것처럼 이번에는 어르신이 지쳐있던 나에게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손을 내밀어준 느낌이 들었다. 어찌 보면 스쳐 지나갈 수 있었지만 그 오래전 그날 길에서 우리가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이어져온다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싶다.   


다시 한번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상 초심을 잃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말이다. 아주 미약할지라도 누군가의 삶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과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손을 내밀어준 이 느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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