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었다. 물론 다른 이들의 마음 편하게 하고자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하기로 말이다.
부모님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속이 좁은 건지 점점 가족들 간에 섭섭함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그래서 다른 가족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며,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 생일, 어버이날은 최소한의 도리가 필요한 거 아닐까 싶다. 이번엔 긴 연휴가 있어서 그런지 언니네, 동생네 각자 일정들로 따로 어버이날을 챙기기로 했다. 연휴 동안에도, 어버이날에도 동생은 부모님께 연락한 통이 없다가 부모님 일정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오늘 갑자기 지금 온다며, 차량등록을 해달라 연락이 왔다. 저번에도 연락 미리 하고 오라 했건만 물론 자주 오지도 않지만 말이다. 한 번씩 올 때마다 자기들 스케줄에만 맞춰 정말 무턱대고 온다. 주말에는 다들 집에서 편하게 있는데 오기 전에 집에 있는지, 가면 간다 말하고 와야 하는 건 기본 예의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요즘에는 엄마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 바람 쐬러도 많이 나가고, 지역축제들도 가고 싶어 하셔서 내가 쉬는 날에는 바람 쐬러 나가는 길에 맛있는 것도 먹고, 축제도 구경하고 일부러 많이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각자 챙기니깐 동생한테 날씨도 좋고, 요즘 바람 쐬러 나가는 거 좋아하니 이번에는 부모님이랑 바람 쐬러 나가서 밥 먹고 와도 좋을 것 같다고 했었다. 이런 말 처음으로 한 건데 또 연락도 없이 자기 스케줄에 맞춰 집으로 온다니 순간 너무 짜증이 났다. 그냥 오다가다 들리는 것도 아니고 어버이날 때문에 오는 거면 부모님 일정을 물어보고 와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은데 당연한 게 아닌가 보다. 집으로 오면 엄마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 적어도 어버이날은 외식하고 챙김을 받았으면 했는데 결국 연락도 없이 또 집으로. 그래서 책만 챙기고. 모자 쓰고 바로 나왔다. 사전에 온다 했으면 약속이라도 잡았을 건데 갑자기 토요일 오전 난 거리에서 방황을 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차 타고 이동하는 건 만사 귀찮아서 그냥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며, 책을 읽었다. 결국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 햄버거를 사서 돌아왔다. 분명 날씨도 좋은데 내 마음은 먹구름들이 몰려와 있는 듯했다.
오늘은 일부러 피한 게 맞다. 속이 좁다 해도 보고 있으면 더 속에 천불이 나니 그냥 나갔다. 본인들은 할 도리를 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특히나 결혼 안 한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기분 나쁠 테니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정말 정말 내 맘 같지가 않다. 매번 인근으로만 바람 쐬러 나가서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이랑 다른 지역으로 가서 바람도 쐬고. 구경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오려고 맛집 검색도 하고 코스도 짜놓았다. 나처럼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것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정말 하는 거 보면 마음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같이 하는 게 마음 상한다면 내가 피할 것이다. 부모님 마음이 편치 못할지라도, 나가 방황을 할지언정 말이다. 내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기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