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다. 제주도 여행도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혼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기엔 쉽지 않았다는 거. 운전하랴. 코스조율하랴, 예약하랴, 메뉴 조율하랴, 예약시간 맞춰 이동시간 확인하랴, 전기차 충전하랴, 식사 시간 맞추랴 혼자서 다하기엔 조금 힘든 것도 있었지만 무탈하게 잘 다녀왔고, 부모님들이 좋아하셨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니겠는가.
제주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오전부터 더 더웠고, 이동 동선도 넓어서 제주도에서도 역시 코스를 변경하고, 또 검색하고, 동선확인하는 일은 끝이 없었다. 중간중간 코스를 다시 조율해 가며, 일정들을 소화했다.
우리가 여행한 3박 4일간 코스로는 1일 차는 산양큰엉곶, 점보빌리지, 노형슈퍼마켙, 족욕, 동문시장, 2일 차는 상가리야자숲, 서커스, 유람선, 족욕, 3일 차는 선녀와 나무꾼, 족욕, 낙타트래킹, 태권뮤지컬, 자연절물휴양림, 마지막 날은 이호테우해변을 잠시보고 공항이동으로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오전에는 실외라도 그늘이 있는 쪽으로, 오후에는 공연관람 등으로 실내위주로 활동을 했다.
첫째 날은 오후일정을 실내로 변경하면서 족욕을 추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셔서 매일 족욕을 넣어 코스를 조율했다. 그리고 더워서 말이나 낙타를 타지 않는다 할 줄 알았지만 말은 타보았으니 낙타를 타고 싶다 해서 일정을 변경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한 저런 체험을 하고 나서는 사진판매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가격도 비싸고 해서 구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웬일로 아빠가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이전 언니네와 다 같이 와서 말을 탔는데 그땐 사진액자를 구매하지 않았었는데 그때 기념 삼아 구매했어야 했다를 덧붙여서 두말하지 않고 구매를 했다. 다른 건 다 알아하라 했지만 족욕과 낙타트래킹, 사진액자 구매에서는 하고 싶다는 의견 제시로 적극 의견을 반영하였다.
제주도에서 식사로는 갈치조림&갈치구이, 고등어쌈밥, 회(2번), 흑돼지, 정식을 먹었고, 아침은 간단하게 숙소에서 해결했다. 식사 편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건 갈치조림도 아니고, 흑돼지도 아니고 바로 정식이었다. 이 집은 가격도 착하고, 나물위주의 반찬들에 두루치기와 생산구이가 나오는 곳으로 입맛에 딱 맞았는지 좋아하셨다. 갈치조림도 현지인이 가는 맛집으로 검색해서 찾은 곳이고, 흑돼지도 숙소 사장님 추천받은 곳인데 미식가 연예인도 추천한 곳이라 맛을 보장받은 곳으로 갔는데 그런 거 다 필요 없이 정식이 1위였다는 거. 그리고 포장해 와 숙소에서 먹은 회도 좋아하셔서 마지막날에도 정해놓았던 메뉴를 변경하고, 회를 또 포장해 와서 먹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느낀 것은 우리 가족은 다른 사람들보단 크게 감흥이 없는 편이라 빠른 구경으로 한 시간 이상 한 곳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족욕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같이 해봤는데 너무 좋아했다는 것, 낙타 트래킹등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 저기 서라 여기 서라 하면 덥다 하면서도 사진은 잘 찍는다는 것(하지만 수백 장의 사진 중 나의 사진은 열 장도 되지 않는다는 것), 여행지에서 사진액자는 비싸도 기념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 유명하고, 비싼 음식점보단 가격 착하고, 맛있으면 그것으로 됐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만에 방문한 제주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짐정리까지 다하고. 씻고 누우니 너무 좋았다. 결국은 욕심을 내려놓자 했지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 중간 틈이 생기지 않도록 코스를 바꾸고 있는 내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항상 안전을 신경 쓰느라 평소보다 운전에도 더 신경을 써서 그런지 무사히 나의 임무를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부모님과 나 이렇게 셋이서 당일치기로나 인근은 자주 다니려고 하는 편이나 이번처럼 3박 이상 여행을 간 건 세 번째로 그냥 더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건 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그냥 미리 예약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더 많이 하고, 또한 부모님 체력이 더 좋을 때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무튼 결론은 그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제주도 여행은 성공적이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