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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타던 여름을 타는 듯'

by 까칠한 여자




주중에 하루 공휴일이 있으니 참 좋은 것 같다. 공휴일이 주는 여유와 즐거움이 있기에 그 주는 조금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공휴일을 앞두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을 했다.


친구는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2학기부터 시간 강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에 대한 감도 잃지 않고,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타임이 많지 않더라도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일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육아스트레스도 해소하고, 환기가 되어 좋을 듯하다. 결혼과 육아로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전에는 더 자주 만나고, 여행도 같이 다니고 했지만 지금은 남편이 애들을 봐주는 동안 잠시 잠시 접선하는 게 다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삶이 주는 즐거움과 힘듦도 달라져있고, 서로의 일상 모습도 많이 달라져있다. 가정을 꾸려 그 속에서 즐거움이 크지만 한 번씩 결혼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나의 삶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도 한 번씩 내편의 사람을 만나 아이들과 즐겁게 사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들과 감정들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원래 서로가 가지지 않은 것과 다름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니 말이다.


우리가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친구는 지금 남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했을 거라는 건 변함이 없다. 결혼을 너무 하고 싶어 했기에 항상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추구했기에 나와는 달랐다. 그때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달라진 서로의 일상들을 들어주고, 각자의 입장에서 공감도 해주고,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자 상황들에서 더 객관적으로 서로를 봐주기에 의견차이가 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공감이 더 큰 위안이 되기도 하는 듯하다.


맥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친구와 시간들을 그려보았다. 우리의 일상들은 지나온 시간만큼 많이 달라져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도 함께하는 시간들은 즐겁다는 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하다 눈물 흘리는 날도 있고, 서로 걱정해 주는 날도 있고, 같이 욕도 해주고, 힘내라 응원도 해주며 지금처럼 잘 지내면 되는 거 아닐까 싶다. 대학 선배가 동문회 한다고 연락이 갑자기 오고, 친구와 옛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그 시절 감성들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안타던 여름을 타기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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