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Analytics 컨퍼런스 2024 발표 뒷 이야기
작년 이맘때 첫 번째 People Analytics 컨퍼런스에 참가자로 참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개인적으로 몇몇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의 고민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300여 명이 가득 찬 강연장에서 다른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그날의 사진첩을 다시 찾아보니 발표자료를 무척이나 열심히 찍어놨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더 알고 싶고, 남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여러 기업 연사들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 LG의 이야기도 이렇게 공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특히, 기회가 된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누구나 보고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공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진행된 PA 컨퍼런스에 다녀온 이후,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진행해 온 사례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링크드인을 통해 나누기 시작했다. 그 시절 밥 아저씨의 그림처럼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만 짠 하고 보여주며 "잘했죠?"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나의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서, 그리고 나처럼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답노트를 남기는 마음으로 누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보고 쉽게 흉내 내 볼 만한 내용을 작성해서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운이 좋게도 외부에 컨퍼런스를 통해 LG 사례를 발표할 기회들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조심했던 것은 HR Analytics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주장보다는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험과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뭔가를 잘해서 자랑한다거나, 그걸 남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아니었기에 나의 몫은 어디까지나 경험을 공유하는 것까지이고 그것을 본 각자가 자기 업무에 적용할 부분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몇몇 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내 경험과 사례가 HR의 데이터 활용을 고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런 경험들이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더 나은 사례를 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LG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길 바라며 공들여 진행한 커뮤니티 활동과 우리의 사례가 2회 차 PA 컨퍼런스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년 동안의 작은 노력들이 한 해의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박한 나이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잘한 점을 몇 가지 꼽자면, 그 첫 번째는 혼자가 아니라 커뮤니티 사례의 실제 주인공과 함께 무대에 섰다는 점이다. 함께 발표한 LG전자의 이야기 덕분에 참석한 많은 분들께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발표에서는 기존에 다른 자리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사례들을 최대한 준비해 갔다는 점도 스스로 노력한 부분이었다. 그 사례들이 스스로 늘 했던 이야기들의 반복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연습하고, 긴장한 마음으로 준비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노력하고 잘했다고 생각한 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HR Analytics에 대한 '뻔한 이야기'를 피하고,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많은 참석자분들께서 몰입하고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준비했던 여러 사례와 재미 요소들을 모두 다 소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습에 연습을 통해 어떻게든 녹여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시간을 나눠 진행하는 발표에서는 결코 다 넣을 수가 없었기에 아쉬운 마음이다. 15년 차 HRD 짬바로 충분히 더 좋은 분위기와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의 사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멋진 분석 결과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고민과 노력에 더 공감하게 된다는 것을 1회 차 객석에 앉아 이미 느껴봤기에 이러한 부분들을 더 강조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일부 발표 내용 중에는 HR Analytics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올해의 성공적인 컨퍼런스 모습을 본다면 PA 컨퍼런스 3회 차는 아마도 더욱 성대하게 치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언젠가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욕심을 버리고 현재 엠바고가 걸려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를 중심으로 케이스 스터디처럼 사례를 단계별로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생생하게 나누고 싶다. 단순히 결과 위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의 어려움과 그 극복의 순간들을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 가졌던 기대와 실제 과정에서 부딪혔던 현실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데이터 분석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작은 성공과 실패들이 쌓여서 최종 결과를 만들기에 이러한 과정을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다음 기회를 위해 1기 멤버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2기 커뮤니티 활동에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번 자리는 분명 개인 자격이 아니라 LG의 사례로 초대받은 것이기에 특히 커뮤니티 구성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활동 중 멤버들과의 협력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서로 간의 나눔을 통해 개인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앞으로도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사례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번 컨퍼런스 속 여러 회사의 많은 발표들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HR Analytics에서 가장 쉬운 것은 분석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BI 툴, 그리고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마주하는 순간의 막연함을 극복하고 분석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지난한 분석 과정을 거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게다가 이 어려움은 수많은 시도와 경험 외에는 답도 지름길도 없다. 노력을 통해 결과가 나왔다 한들 그 고생의 끝에 항상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며, 분석 결과를 활용한 설득하는 과정은 개인의 권한 밖인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HR Analytics의 결과를 어떻게 전해야 할까? 나와 우리의 노력의 결과물에 대해 의미 부여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설득의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겸손함과 담백함이다. 스스로의 발견에 대해 겸손할 수 있어야 하고, 담백한 표현에 대한 상대방의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설득까지 연결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이런 겸손함과 담백함은 멋진 분석 스킬이 아니라, HR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에서 비롯된다. 결국 HR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분석 결과 속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컨퍼런스에 무려 800명이 참석했다는 것은 HR Analytics가 HR에 있어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규모와 현실에 따라 그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데이터 기반의 HR 흐름은 모든 조직에 확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HR Analytics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HR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더욱 중요하다. Analytics라는 거창한 이름이 필요 없이 결국 모든 HR 담당자가 우리의 업무를 둘러싼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Analytics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HR을 이해하는 깊이에 달려 있다.
앞으로도 HR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부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Analytics는 계속해서 발전하겠지만, 그 본질을 잊지 않고 HR 본연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에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넘어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HR Analytics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