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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11.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7일 차, 20200324

길 건너편 건물의 햇살만 내 방에 들어온다. 직접 비취는 햇살이나 하늘은 상상하기 어렵다.

집 같은 집에 살고 싶다. 그 생각만이 가득하다. 거주의 문제가 주는 불안감은 겪어보지 못하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몰랐듯이. 


인터넷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단칸방. 비록 조금 좁아 보이지만 정리가 잘 되어있고 위치도 좋은 게 나의 임시 거처로 안성맞춤인 듯하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주머니엔 손 세정액을 챙겨 나간다. 그 조그마한 단칸방에 희망을 갖고 나간다. 

간혹 가다 보이는 마스크를 쓴 독일인들의 수가 늘어난 것을 본다. 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만큼 심각한 상황인 것인가.


어렵지 않게 도착한 그 공간은 알 수 없는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방 안에서 나온 젊은 커플이 방을 보여준다. 

사실 보여줄 것도 없이 두 발자국이면 다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 커플이 나름 신경 써서 준비한 티가 나는 방이다.

책상도 있고, 침대도 있고, 작은 옷장도 있어요. 저희가 직접 준비한 공간이에요. 


공교롭게도 나의 기대에는 한 없이 미치지 못하고, 더욱이나 이 젊은 커플의 같잖은 수익창출 수법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이 방만 믿고 지금 집의 계약을 4월 중순 부로 취소했는데, 살짝 앞이 깜깜하다. 어디 가서 지내지..? 

누구를 탓하자면 사진을 잘 찍은 그 친구들을 원망해야 할까. 


현재의 상황에 만족을 해야 했는데 나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낸 것인가.

빠르게 번져나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속도 덕분에 부동산 시장에 올라오는 매물은 급격하게 줄었다.

집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까지 같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있고, 경제가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거주의 위험에 몰아넣었다.


석양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기차가 승강장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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