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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21.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5일 차, 20200401

장난

건너편 집의 발코니가 보인다. 한 아줌마인지 아저씨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사람과 어린 여자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봄 햇살이 밝게 비춘다. 그런데 단단한 겨울 자켓을 입었다. 담배를 태운다. 여자아이는 안으로 들어간다.

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혹은 내 시선이 맞춰져 있는지도 모른 채, 하던 일을 계속한다,

아줌마인지 아저씨인지 모르겠는 그 독일 사람은

만우절에 걸맞은 참으로 거짓말 같은 아침 풍경을 선물한다.


누군가가 장난을 쳐주면 좋겠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실 전 세계가 조작한 거짓말이었습니다! 하하하!!!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이러스에 대비하고 환경을 더욱 보전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협력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하하하하하! 하나도 웃기지 않다 내가 써놓고도. 그래도 다시 한번 쓰고 싶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은 상황은,

아직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 볼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

급여 인상은 개뿔 단축근무로 인해 급여가 오히려 삭감되었다는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사까지 가야 한다는 것.

밖에 나갈 일도 없지만 마스크도 떨어져 간다는 것.

유리가 몸이 안 좋아졌다는 것.


지금, 진실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담아 적는다.

거짓말 같은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서.

이 시간을 온전히 견뎌 내고 난 후에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나중에 친구들 만나면, 얼굴 보고 장난칠 수 있게 된다면, 그때서야 장난 삼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그 시간이 필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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