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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Aug 23. 2022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18일 차, 20200404

사회적 거리두기

아직 엄연히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대범한 불법행위를 한다.

친구 만나러 가기. 

본래 준법정신이 충실한 사람이라서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무단투기도 안 하는데 

이런 엄중한 시간에 사회 활동을 하러 나간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과

불법행위를 행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범죄자 체질인가 보다. 


지난 며칠에 비해서 밖에 사람들이 늘어난 느낌이다. 다분히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동네 주변 공원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아주 살 판 났다. 

반면에 마스크를 쓰고 위생장갑까지 낀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한 사회 안에서 거리감 있는 두 부류의 사람들의 행태가 같이 보인다.

높은 수준의 개인위생을 신경 쓰는 사람들과 살판나고 전처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 상당한 사회적 거리가 느껴진다. 

역시 선진 국민답게 독일 시민들은 서로에게 철저한 사회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독일 사람들은 안 그래도 사실 사회적으로 거리감을 상당히 주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항상 차가운 느낌으로 1.5미터가 아니라 150미터 밖에서도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눈빛을 내뿜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고 나니 봄 햇살 무색하리만큼 얼음장 같은 눈빛을 가득 품고 있다.

오늘은 어떤 접시에 대충 담긴 사워크라우트처럼 생긴 독일인에게 누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1.5미터 내로 다가오면 안 되는 것을 모르냐며 다그치는데,

진짜 그 사람 생긴 것만 보면 누군가가 본인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겨야 할 정도로 못생긴 사람이다. 

그렇게 그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고 있다. 서로를 병균 취급하면서. 


저런 사람들에게 허리둘레에 반지름 1.5미터의 훌라후프를 설치해주고 싶다. 

그리고서 마스크 쓰지 않은 누군가가 1.5미터 밖에서 우연히 기침을 하여 그 사람에게 비말이 닿아서

저렇게 정신적으로 사회적 거리를 실천하는 사람이 큰 코 한 번 다치면 좋겠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저렇게 마음으로 지랄 염병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 거리는 두더라도 오히려 서로 마음을 더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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