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득한 독일 회색 사막에서 나눠주지 않는 삶의 흔적이 그리워서
2016년에 구입한 핸드폰에 사진이 1만 개에 가까워지면서 핸드폰 용량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
사용 가능한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상태를 파악해 본 바 사진첩이 제일 큰 용량을 차지하고 있다.
제일 상단의 사진은 조카 사진이다. 내 핸드폰에 제일 많은 사진들도 조카 사진들이다. 주욱 사진첩을 내려가며 본다.
엄마 사진들이 나온다. 더 이상 늘지 않는 엄마 사진들.
그 이후 철없이 보낸 시간들, 여행사진들, 친구들 등 갖가지 사진들이 2016년부터 모아져서 약 10,000개가 되었다.
사진을 하나하나 본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4년 전의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흔적과 그 당시의 감정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살펴보았다.
한 없이 힘들고 외롭기만 했던 그 시절. 그 당시 마음에 다가온 한 시 구절.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지금 보니 사진첩 그 시절이 부럽다. 가족들을 볼 수 있고, 우리 조카를 안아볼 수 있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고민을 잊고 신나게 놀 수 있고, 그러다가도 내 마음을 붙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항상 내 주변에 함께 했었기에. 언젠가는 지금의 시간도 옅은 미소로 훑어볼 수 있을까.
일기를 하루하루 써 나가는 것은
코로나 가득한 독일 회색 사막에서
나눠주지 않는 삶의 흔적이 그리워서
스스로 찍은 발자국이라도 보기 위해 뒷걸음으로 걷는 것이다.
화면 속의 웃음들이 야속하다.
닫혀있는 내 마음이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