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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릐 Jan 29. 2024

현실은 상상과 많이 다르기에

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56일 차, 20200512

걱정 반 기대 반, 집을 인수인계 받는 날이다.

독일 집 주인들은 추후에 불합리해 보이는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가 잦아서 집을 꼼꼼하게 확인을 해야한다.

어설픈 독일어 실력으로 내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아쉬운 부분을 지적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손짓 발짓 섞어가며 할 요량으로 간다.


처음 집을 방문 했을때 보였던 얼룩이나 흠집들이 그대로 보인다.

그럼에도 역시나 빛이 잘 들어 밝고, 넓진 않지만 효율적인 집이다.

남들이 보면 많이 부족해 보일 공간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 했으면 전세 대출을 받든 뭘 하든지 어떻게 해서든 아파트에 들어갔으리란 생각이 들고

그런 공간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초라한 공간이지만 한국의 아파트들이 갖기 어려운 유럽의 분위기는 충분히 담겨있다.


아쉬운 마음 많이 있지만, 주어진 현실 안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들고

더군다나 좋아 보이는 많은 집들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기에 나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내 이름이 적힌 초인종을 보고, 내 이름이 적힌 집 앞 명패를 보고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열쇠를 넘겨 받는데 기분이 묘하다.

사실 이 순간이 난 2년 전 즈음 올 줄 알았다. 학교 졸업 하기 전에 그럴싸하게 취업을 하고 여유 있는 수입으로 그럴싸 한 집을 얻을 줄 알고 시작한 독일 생활이다.

유럽풍 집에 살면서 천장이 높고 나무 바닥이 깔린, 그러면서 불편하지 않게 넓고 세련된 부엌과 편리한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 집.

혼자 여유를 즐기면서 차 한 잔, 와인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상상했다.


현실은 상상과 많이 다르다.

시작부터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그래서 이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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