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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Jan 23. 2019

반반무많이

영화 <극한직업>

영화 : <극한직업>

<스물>과 <바람 바람 바람>(심지어 <레슬러>의 각색까지 맡았습니다)으로 특정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왔던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입니다. 주조연부터 예고편까지 코미디로 도배되어 있는데다가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까지. 드디어 코미디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을 영화가 나오나 했는데, 재미는 있었으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나마 최근의 <내 안의 그놈>, <원더풀 고스트> 등 코미디 영화의 축에도 속하지 못했던(..)영화들에 비하면 수작들 중에서도 수작이라는 것입니다. 명확하고 분명한 팩트죠.

<극한직업>은 감독들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참으로 대중적입니다. 맘 놓고 불륜에 대한 코미디를 막 퍼붓기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고 상업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이것도 나름의 계산이었을 듯 한데, 놀랍게도 딱 맞아들어갑니다. 영화는 대중적인 만큼 더 웃기고 무리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코미디와 개그의 소재가 바닥나도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로 쉬이 넘어가고, 코미디를 쉴 새 없이 투입하는데도 영화의 본질인 수사에 대해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영화의 본질도 사수하면서 영화의 본분도 지키는 충실하고 정직한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맞을 코미디 코드와 액션 코드를 가져와 가장 상업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수사물 치고는 액션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판에 쏟아주니 이 역시 장점이 되어버립니다. 액션도 코미디도 로맨스도 드라마도 들어가 있지만 진지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부 가미된 코미디에 와르르 무너지는 분위기이지만, 애초에 영화에 재미를 더하는 소스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영화는 '코미디'라는 본분에 충실했지만, 다른 방면에서는 단점이 무수히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초반의 빠르고 경쾌한 전개에 취해 신이 나지만 중반쯤 늘어지는 전개에 하품이 나고, 단체 액션신에서는 흥미롭다가 1대1 주먹다짐에서는 늘어지기도 하죠. 코미디 영화지만 여전히 주제는 (수많이 들어왔던 소재인) 마약 수사이기에 진지함도 빼놓을 수는 없던 것이죠. 아무리 코미디라도 기승전결은 존재해야 하니까요.


사실 <극한직업>에서 전개, 이야기, 진지함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 해도 영화는 여전히 가볍고 경쾌하니까요. 캐릭터와 코미디를 중점으로 보자면 이보다 무난하고 정직한 영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찾던 듯한 이병헌 감독이 드디어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이거야말로 '킬링타임용'에 가장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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