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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Feb 03. 2019

잘 나가다가 급제동

영화 <뺑반>

출처 : 영화 <뺑반>

1월 기대주였다가 설날 몰이 흥행 중인 <극한직업> 때문에 일찍 물러나게 생긴(?) <뺑반>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공효진, 조정석, 류준열 등 실력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애초부터 카레이싱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간만의 망작이구나 예상했죠. 하지만 이게 웬걸.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좌천된 경찰 시연이 뺑소니 전담반에 입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정재철의 뺑소니 사고인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꽤 흥미롭습니다. 카레이싱에 주체를 두었지만 사건만 두고 본다면 충분히 괜찮죠. 중간중간 구멍이 생기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빈틈없는 액션으로 커버합니다. 맥 빠질 것 같았던 카레이싱도 (초반에서는) 굉장히 흡입력 있습니다. 오락이 오락인 만큼 캐릭터를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나타나는 개성도 괜찮습니다. 익숙한 재료로 여태 없던 조합을 만들어 낸 것이죠. <뺑반>의 본질 자체가 오락 영화인 만큼 많은 러닝타임을 액션에 투자한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말 그대로 유쾌하고 빠른 전개입니다.


영화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중반 후부터였습니다. 한 곳에만 집중하던 영화가 갑자기 여기저기 손을 뻗치기 시작합니다. 시원시원한 오락영화였던 <뺑반>이 어느 순간 복수극이었다가, 어느 순간 다시 추격물이 되어 버린 것이죠. 한 이야기에 담기엔 흐름이 어색합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보아라! 이것이 중구난방이다!'라고 말하려는 듯 설명 없는 전개를 이어나갑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훨씬 많은데, 청장과 사장의 단순한 유착 관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듭니다. 이 모든 것을 카 레이싱으로 커버하기엔 너무 벅차죠.


중후반이 되자, 드디어 신파가 터집니다. 그동안 한껏 끌어놓은 긴장감을 가족 신파로 와르르 무너뜨립니다. 동력이 사라짐은 물론 영화의 유일한 가치였던 오락성까지 사라집니다. 영화의 시선도 어느새 시연에서 민재로 바뀌어 감독의 연출에도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여러 가지가 바뀌고 섞여 지나친 혼선이 생깁니다. 이쯤 되면 안이하다는 생각보다는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캐릭터의 매력에도, 카 레이싱의 매력에도 한계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애초에 튼튼하지 않은 바탕으로 너무 많은 것을 지탱하려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조금만 공들였으면 괜찮았을 소재와 이야기인데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악평을 하시지만 솔직히 '저는' 초반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본이 나온 이상, 예고했던 속편 제작은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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