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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설계 Nov 14. 2020

#014 / AnL studio

http://anlstudio.com

AnL 스튜디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이 막 끝난 겨울이었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투명한 알약 캡슐로 만들어낸 희미한 구조물을 보았다. 그때 가져온 팜플렛인지 포스터인지는 명확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건축을 배우기도 전에 건축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잠시 멍한 시간이 있었다. 사실 사무소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고 AnL의 작업은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페이스북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 중에서도 신민재 건축가의 페이스북에서 시리즈로 게재하는 ‘뜨아’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뜨아’ 시리즈는 좁은 필지에 아주 얇은 비례로 지어놓은 건물을 사진으로 찍어 뜨아1, 뜨아2, 뜨아3......과 같은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그러면서 길에서 마주하는 얇은 건물들에 관심도 생기고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뜨아’ 라는 의미를 아주 주관적으로 놀라움의 표현으로 해석하니 의문이 들었다. 얇은 것은 왜 놀라운 것일까? 보기 힘들다는 단순한 희소성에서 오는 놀라움일까? 어디까지가 얇은 것일까? 등의 풀지 못한 의문들과 함께 웹사이트를 보니 그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size 표현이 재밌었다.


건축가들 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을 찍으면 S, M, L, XL이라는 두꺼운 은색 책의 유무를 찾아보는 것이 아주 작은 재미라고 느낀다. 이 책은 렘쿨하스와 브루스 마우가 저술한 책으로 그들의 작업을 기성복 사이즈 처럼 단순한 분류로 설명했다. 명확하기에 지금도 많은 건축가들이 그 기준을 활용할 것이고 그것들을 재해석한 xs등의 새로운 개념들을 내어놓았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이러한 분류에 익숙해서 인지 size에 구체적인 데이터가 신선했다. 그러고보니 어디까지가 s인가?m인가? 그 분류의 기준은 무엇인지? 에 대한 느끼지 못했지만 산재한 의문들이 떠올랐다.


AnL의 size는 건물의 개괄적인 개요와 명확한 사실들만 있다. 높이가 얼마인지, 층수가 얼마인지 등의 데이터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협소한 건물들은 그들의 명확한 데이터가 구체적인 건물의 규모를 말해줄 수 없어서 흥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건물의 면적이 아주 얇고 작으나 층수가 4층 혹은 5층이라면 그들의 size로는 4, 5층 건물일 것이나 그것이 건물의 규모를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러한 기존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이 그들이 협소 주택의 가치와 잠재성을 더 깨달았기에 그들의 협소 주택이 주목받았던 것이 아닐까 유추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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