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 녹즙&물
빼기 : 믹스커피
곱하기 : 걷기
나누기 : 살
키 173cm에 몸무게 78kg. 뚱뚱한 것은 아니지만, 배에 잡히는 묵직한 아니 단단한-아냐 단단하다는 말은 건강한 느낌이 들지- 딱딱하고 두꺼운 살덩어리는 스스로 생각해도-백번을 양보해도- 너무너무 심각하다. 다른 건 다 그렇다쳐도 딱딱한-조금이라도 물렁하면 봐주련만- 뱃살은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된다. 3월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조금씩이라도 걷자'라고 시작했던 작은 실천이 2주가 지난 지금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좋다.
더하기 : 녹즙&물
매일 아침 풀무원 녹즙이 배달된다. 하루 2,200원 어떻게 보면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건강을 위해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소소하다. 전에 한번 먹은 적이 있었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한 달만 먹고 끊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다른 것에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위해 쓰는 돈은 유독 아까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난 건강해"라는 숨은 자만이 이런 방심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때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났다. 이제는 건강에 신경을 쓸 나이다. 지금 작은 돈을 아까워하지 말자. 녹즙을 마실 때면 건강을 마시는 것 같은 착각에 기분이 좋다. 녹즙에 더불어 물을 많이 마시기로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마시고 있다. 몸에 건강한 액체를 매일 꾸준히 흘려보내려고 한다.
빼기 : 믹스커피
난 커피 중독자다. 건강한 커피를 마시면 그나마 나을 텐데, 믹스커피 중독자다. 맥심 골드, 맥심 화이트를 좋아한다. 한 때 제일 많이 먹을 때는 하루 8잔~9잔까지 먹었다. 그 얘기를 하면 다들 놀란다. 지금은 하루 서너 잔을 마신다. 아니 지난주까진 그랬다. 지난주에 부서 사람들과 커피 얘기를 하다가 "하루 서너 잔씩 마셔요"라고 얘기를 했더니 다들 놀라며, '안된다고, 하루 한잔도 위험하다고, 1주일에 한잔으로 줄이라고'다들 성화다. 가끔 커피 얘기를 하면 '너무 많이 마시네요.'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다들 이렇게 마시지 말라고 역정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살짝 감동을 받았다고 할까? 나를 걱정해주는 그 고마운 마음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월요일부터 믹스를 못 마시겠다. 드립백 커피만 하루 2잔씩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 금연을 할 때 금단증상처럼 믹스를 끊으니 나도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다. 입안에서 뭔가 달달한 것을 찾는데,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말 힘들었는데, 어제는 그냥 참을 만했다. 이번 기회에 믹스커피를 끊어봐야겠다.
곱하기 : 걷기 3보(출보, 중보, 퇴보)
작년엔 산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나 걷는 거 좋아해'라고 사람들에게 누누이 말하면서 산책은 하지 않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3월부터 점심식사 후 30분씩 꼭 걷기로 했다. 혼자 나가서 걷고 들어온다. 나갈 때는 왠지 귀찮지만 들어올 때는 기분이 상쾌하다. 왜 이걸 그동안 잊고 살았는지. 산책하면서 봄을 만나고, 나를 만난다. 걷는 동안에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유의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어제부터는 아침 출근길에도 걷기 시작했다. 출근을 하려면 환승을 해야 하는데, 환승을 하지 않고 거기서부터 걷는 것이다. 어제오늘 시간을 재보니 어제는 22분, 오늘은 20분이다. 아침 산책으로 딱 적당하다. 지금 쓰는 글은 아침에 산책하면서 머릿속에서 정리된 내용이다. 처음에 떠오른 아이디어는 "건강아 함께하자 프로젝트"였다. 줄여서 "건함 프로젝트". 건담과 발음이 비슷해서 좋은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건강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떠올리다 보니 더하는 것이 있고 금지하는 것(빼는 것)이 있고, 3보도 있고(곱하기) 이런 생각이 막 떠오르더니 사칙연산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걷기가 더하기였고, 녹즙이 곱하기였다. 마시는 것으로 더하기(녹즙)와 빼기(믹스커피)를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아서-일관성도 있고, 뭐 그렇게 느껴진다.-이렇게 바꾸었다. 거기에다가 출근길 걷기 출보, 점심 먹고 걷기 중보, 퇴근길 걷기 퇴보를 생각하고 나니 걷기 곱하기 3. 딱이다. 그래서 걷기가 곱하기로 왔다.
나누기 : 살-뱃살아 안녕.
처음에 글을 생각할 때 "살"은 나누기가 아닌 빼기에 있었다. 그런데 뱃살 빼기는 왠지 최종보스 같은 느낌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이 지고, 뱃살은 그것으로 얻어지는 부수적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뱃살이 빠지면 건강은 저절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난이도로 보나 의미상으로 보나 뱃살이 최종보스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사칙연산의 마지막인 나누기에 "살"을 놓기로 했다. 내 뱃살이 조각조각 나누어져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꾹꾹 눌러 담았다. 뱃살아 우리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다. 미안하다.
나의 건강 사칙연산 프로젝트가 성공되었다고 글을 남기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