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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처럼 May 29. 2021

내가 꿈꾸는 감미로운 인생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10기(세번째 이야기)

1. 내가 꿈꾸는 집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 지하 2층은 2개의 공간이 있는데 모두 방음 시설이 완벽하게 되어 있다. 큰 방은 2~30명 정도가 모여서 악기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작은 방은 5명 정도가 모여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지하 1층은 강연장처럼 되어있다. 가끔 이곳에서 강의를 열기도 한다. 최대 4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인데, 1주일에 서너 번쯤 강의가 열리고, 매번 꽉 찬다.

1층은 넓은 홀처럼 되어 있다. 한쪽에는 커피숍처럼 꾸며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나 음료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는 테이블도 서너 개가 있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무대가 있고 무대 위에는 피아노 한 대와 바이올린 한 대가 놓여 있다. 그 옆으로 작은 방이 있는데, 책상 2개가 한쪽 모서리를 공유하며 배치되어 있다. 한 책상에는 여러 가지 책과 노트가 놓여있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이다. 다른 책상에는 화판과 물감, 스케치북, 붓 등이 있어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층은 모임을 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 여러 개 있다. 지인들이 언제든 와서 자유롭게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글쓰기, 그림, 캘리, 타로, 독서 토론 등 같은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시간을 가진다. 3층은 전시회장이다. 그림이나 레고 장식장을 전시하고 있다. 직접 그린 인물화, 수채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4층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가족들의 방이 하나씩 있고, 손님을 위한 방도 하나 있다.
 
2. 내가 꿈꾸는 일상
새벽, 알람이 울린다. 오늘, 또 하루가 주어졌음에 감사의 기도를 잠깐 올린다. 여느 때처럼 모닝커피 한잔을 준비한다. 책상에 앉는다. 몇 달째 써오던 소설을 이제는 마무리할 시간이다. 시작부터 꽤 속을 썩이더니만, 끝까지 속을 썩인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주일째 씨름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제는 끝이 보인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끝'이라고 적는다. 오전에는 강의가 있다. 글쓰기, 자기 계발, 습관 등등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오늘은 글쓰기에 대한 강의이다. 내가 글을 쓰면서 어떤 삶을 살 게 되었고, 무엇을 얻었고, 새로 생긴 꿈이 무엇인지를 사람들 앞에서 얘기한다. 나의 에피소드와 내가 쓴 책들이 즉 내 경험이, 아니 나 자체가 강의 교안이다.
 
강의 중간 쉬는 타임에 바이올린을 꺼내서 연주를 시작한다. 강의 때마다 2곡 정도를 준비해 간다. 사람들 앞에서 처음 연주할 때는 너무 떨어서 나보다 보는 사람들이 더 긴장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그 긴장감을 즐기고 있다. 강의가 끝나고, 사인회가 열렸다. 나의 책을 사서 온 사람도 있고, 여기서 사는 사람도 있다. 사인을 받으면서 '강의가 좋았어요'라고 말을 해주신다. 강의가 좋았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도 써볼까?" 하는 마음을 생기게 했다는 것이리라.
 
3. 내가 꿈꾸는 여행
바이올린 가방을 어깨에 메고, 캐리어를 끌고 거리를 걸어간다. 사람들이 오가는 널찍한 공간에 가서 캐리어를 바닥에 세워 둔다. 바이올린을 꺼낸 후 캐리어에 기대듯 선다. 바이올린을 어깨에 받치고, 조율을 시작하더니 곧 연주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은은하게 퍼진다. 누구나 감탄할 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실력은 되는 것 같다. 길 가던 사람들이 하나들 그의 주위에 몰려든다. 혼자 서서 듣는 사람도, 팔짱을 끼고 듣는 연인도, 손잡고 함께 듣는 엄마와 아이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도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표정으로 그의 주위에 서 있다.
 
심금을 울리진 못하지만,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바이올린의 향기에 취하는 여유를 가지고 싶게끔 하는 연주이다. 연주가 끝나자 몇몇이 그의 앞에 높인 모자에 돈을 넣는다. 몇 곡을 더 연주하고는 자리를 옮긴다. 걷고, 연주하고, 또 걷고, 연주하고를 반복한 지 한 달째. 그리스에서 시작한 여행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향하고 있다. 독일에는 그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바로 헤세의 생가. 시간이 갈수록 그의 가슴이  불타오는 이유이다.
 
 
첫 번째 이야기 : 어느 날 꿈에서 꾼 내용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원하는 집의 설계도를 그려봐라."라고 얘기를 했고, 난 꿈속에서 저렇게 설계를 했다.
두 번째 이야기 : 내가 꿈꾸는 삶(현실 버전)이다. 글쓰고 강의하고 연주하고 그림 그리는 삶.
세 번째  이야기 : 내가 꿈꾸는 삶(로망 버전)이다. 바이올린 하나만 들고 떠나는 여행. 최종 목적지는 헤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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