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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처럼 Mar 19. 2022

마수의 손길이 온 집안을 휩쓸다.

망할 코로나, 썩을 오미크론

저녁 6시 55분. 한참 시끌벅적해야 할 시간이건만 조용하다. 장인어른도, 장모님도, 아내도, 큰 애도, 작은 애도 모두가 잠을 자고 있다. 병을 이기기 위한 과정이겠거니, 약기운이겠거니 하면서 푹 자길 바랄 뿐이다. 지난 화요일 장인어른이 확진 판정을 받고, 수요일에는 작은 애가, 목요일에는 큰 애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인어른과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아내는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아내를 돕기 위해 장모님이 집에 오셨다. 나는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을 오피스텔에 가서 혼자 잠을 잤고, 집에는 잠깐 들르기만 했었다. 잠시 아이들과 얘기하고 살짝 어루만져주고 바로 오피스텔로 왔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칼칼하다.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애써 소리를 내는데, 무슨 막힌 배수구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걸걸한 목소리가 나온다. 소리가 퉁퉁 부었다. 가방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서 자가진단을 한다. 목요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자가진단을 하고 음성 확인이 되어야 출근을 했었다. 스물 스믈 진해지는 종이는 T라인을 무사히 넘어가고 C라인에 빨간 줄을 만들었다. 순간 안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흐리게, 정말 흐리게, 아주 흐리게, 하지만 반듯한 선이 T라인 위로 보였다. 아주 흐리더라도 선이 보인다는 것은...

흐리지만 반듯한 선 ㅠ

아내와 통화를 하고 병원으로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아내와 장모님도 검사를 받으러 온다고 했다. 집으로 오니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나 양성이네"라고 말한다. 문자가 왔나 보다. 얼른 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한다. "헤세님 양성반응입니다."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 장모님께 여쭤보니 장모님도 양성이란다. 그렇게 여섯 식구가 5일 만에 모두 확진을 받았다. 큰 애는 "아빠도 확진이야? 그럼 안아줘. 업어줘"라며 품에 안긴다. 며칠 동안 안아주지 못했기에 꼭 안아준다. 웃픈 현실이다.


증상은 음, 모르겠다. 아이들은 열이 많이  났었다. 작은애는 첫날에만 큰애는 첫날과 둘째 날 열이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둘 다 괜찮다. 장인어른은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었는데, 장인어른도 괜찮아진 것 같다. 장모님과 아내는 수면 중이라 잘 모르겠고 나는 음, 그냥 목만 아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가 제일 아팠는데 지금은 오히려 많이 좋아졌다. 기침도 심하지 않고, 딱히 어디 아픈데도 없다. 조금 침 삼키기 힘든 것 빼곤 큰 증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안심하지 말고, 조심해야겠지. 다행히 검사를 받을 때,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으면서 목이 아프다고 하면서 약을 미리 처방받아서 가져왔다. 지인들은 따뜻한 물 많이 마시면서 푹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얘기해주신다.


장인어른이 걸렸을 때만 해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장인어른이 안방에 계속 계시고 나오지 않으시면 될 테니깐, 하지만 작은애가 확진이 되었을 때는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걱정을 하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일째 되는 날 아내와 장모님까지 세명이 동시에 걸리고 말았으니, 오미크론 참 무서운 놈이다. 그의 마수가 온 집안을 휩쓸었다.  이제 1주일 동안 집에 콕 박혀 있으려 한다. 얼른 나아서, 다들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1주일 후에 건강해진 글을 쓰고 싶다. 코로나가 얼른 끝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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