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馬主)의 고백

하자 5-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

by 하자윤
제 입속에는 커다란 마구간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엔 성격 급한 녀석부터 허풍쟁이까지, 온갖 말(言)들이 말(馬)처럼 날뛰고 있죠.

말은 달려야 하지만, 제 입속의 말들은 달리라는 초원 대신 자꾸 엉뚱한 곳을 향해 질주하는 게 문제입니다.

어떤 말썽쟁이들이 있는지, 마구간 문을 살짝 열어볼까요?



1. 야생마 : 동심파괴의 달인

일곱 살 터울의 동생에게

"자꾸 말 안 들으면 드라큘라 나온다!"라고 소리치던 녀석은 아주 고약한 야생마였습니다.

저는 그저 장난으로 고삐를 아주 살짝 놓았는데,

그 녀석은 순진한 어린이의 마음을 마구 짓밟고 다녔더라고요.

훗날 동생이 그때는 진짜인 줄 알고 무서웠다고,

그래서 어린 시절 자신이 소심했다고,

극복하느라 좀 걸렸다 고백을 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 입에서 나간 야생마 한 마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요.

꼭 불을 켜고 자야 했던 동생의 이유를 이제야 깨달은 철없던 누나는 늦은 고삐를 꽉 쥐어봅니다.




2. 작심마 : 삼일천하, 단거리의 달인

또 제 마구간에는 딱 삼일 동안만 에너지가 넘치는 단거리 선수도 살고 있습니다.

이 녀석은 새해가 되면 “올해는 무조건 다이어트할 거야!”

혹은 “이제 술은 적당히!”라며 위풍당당하게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며칠 안가 늘 쭈뼛쭈뼛 마구간으로 돌아오곤 하죠. (네, 올해도 이미 돌아와 있네요. 하하하)

머쓱한 웃음이 이 녀석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토실토실 살이 오른 이 놈 때문에,

매번 하는 다짐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서 콧김에도 날아갈 지경입니다.



3. 경주마 : 앞뒤 안 가리고 달리는 실언의 달인

가장 위험한 녀석은 막을 새 없이 마구 튀어나가 버리는 이 경주마입니다.

이 녀석의 질주본능은 통제불가입니다.

찰나의 순간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거든요.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후회합니다.

'잡았어야 했는데.' 도로 집어넣을 수도 없이 이미 흩어진 말들을 멍하니 바라만 봅니다.

외출하며 늘 다짐합니다.

‘오늘은 제발 말을 아끼자!’

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또 튀어나와 저기 멀리 가 있네요.(안돼, 가지 마.)







그래서

최종의 목표 : 여유 있는 마주(馬主)가 되자

비록 때로는 실언도 하고, 밉게도 말하고, 툭하면 허언(?)도 내뱉지만

유니콘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간미가 없잖아요.(라고 포장을... 시도해 봅니다.)


상상 속의 완벽한 유니콘을 꿈꾸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덜 완벽한 나의 말들을 잘 돌봐주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빗질도 해주고 가끔은 맛있는 당근도 주면서,

어디 나가서도 실수는 덜 할 수 있게, 상처는 주지 않게

잘 관리된 명마들로 길러보겠습니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21일 오전 09_21_47.png


달려야 제 몫을 하는 말(馬)과 달리,

말(言)은

때로는 멈춰야 제 몫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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