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나는 현재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Electrician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시점(2019년 9월)에서 아직 Red Seal(캐나다 국가 인정 자격증)을 가진 Journeyman은 아니고,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조건을 채우기 위하여 Apprentice(도제)로 일을 하면서 배우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은 대체로 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민자에게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직업학교'의 입학이다.
지난 번 글에서 내가 왜 Electrician이 되기로 결정했는지, 그리고 직업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 써 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입학' 그 자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다녔던 직업학교는 BCIT라는 곳이다. BCIT는 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줄임말인데,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BC주 주립 공과 대학'정도가 될 것 같다. 한국은 4년제 대학이면 대학, 전문대면 전문대로 학교에 따라 학제가 명확하게 나뉘지만, BCIT에는 Degree 코스(4년제)와 Diploma 코스(2-3년제 전문대), Trade & Apprenticeship 코스(직업훈련), 그리고 Certificate(수료증) 코스가 모두 있다.
내가 했던 Electrical Foundation Course는 이 중에서도 가장 낮은 레벨인 Certificate Course이다. 이 코스를 마친 후 전기업계에 Electrical Apprentice로 취업을 해야하고, 취업 후 일정시간 근무를 하고나면 다시 BCIT로 돌아가서 Apprenticeship 과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Trade로 분류되는 코스들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에게만 입학이 허용된다. 이는 캐나다 노동 인력의 고급화를 위하여 교육과정에 정부의 예산이 상당히 투입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주권이 없는 분들은 Electrical and Computer Engineering Technology라는 2년 짜리 Diploma Course를 이수한 후에 이 분야로 나오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 분야의 회사들이 영주권 Sponsor를 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영주권 취득에 대해서는 별도의 트랙이 필요할 것 같다)
자격증을 가진 전기기사, 즉 Journeyman Electrician이 되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전기 뿐만 아니라, 용접, 배관, 목수 등의 많은 다른 Trade에서도 자격증을 가진 기능사 인력을 Journeyman이라고 부른다.)
1) Electrical Foundation Course 수료 -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특히나 인맥이 없는 이민자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이 코스를 수료하지 않으면 취업이 거의 불가능함.
2) Apprentice로 취업 - Journeyman 자격시험을 보려면 6000시간의 근무 경험을 쌓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3~4차례에 걸쳐 1주0짜리 apprenticeship 교육을 수료해야 함 (Level 1부터 4까지 각 10주)
3) Journeyman 자격시험 - 2)의 과정을 모두 마치면 시험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합격하면 Journeyman 자격증을 받게 됨
BCIT Electrical Foundation Course에 지원하기 위한 절차는 지난 번 글을 통해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입학과 관련된 내용을 Q&A 형식으로 훓어보도록 하자.
1. 입학허가를 받은 후 실제 입학까지의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정확한 기간은 입학담당관에게 문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대략 1~2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예상된다. (*BCIT가 아닌 Vancouver Vocational College 등의 사립학교 가면 즉시 입학이 가능하지만, 학비는 세 배 이상 비싸면서 교육 내용은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권장하지 않는다) BCIT의 버나비 캠퍼스가 아닌, Surrey나 Langley에서 교육을 받으면 이 기간을 조금 단축할 수는 있다. Surrey나 Langley에서 교육을 받으면 교육의 질이 좀 떨어지지 않는가? 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학교 측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Surrey 지역에서 사는 학생들이 Burnaby 캠퍼스까지 오는 것으로 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좀 들기는 한다. 무엇보다도 실습에 대한 시설이 Burnaby캠퍼스만큼 갖추어져 있기가 힘들 것 같다.
2. 입학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학교 홈페이지에는 Multiple Start Dates each year라고 되어 있다. 나는 1월에 입학했는데, 3월에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하는 것을 봤으며, 이런 식으로 거의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코스가 시작된다.
3. 한 번에 몇 명이나 입학하나?
한 반에 16명이 정원인데, 보통 네 반씩 입학을 한다. 즉 한 번에 64명이 입학하는 셈이다.
4. 교육기간은 얼마인가?
총 24주 과정이다. 중간에 방학은 없다.
5. 한국인은 얼마나 있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입학했을 때는 64명 중에 나 혼자만 한국인이었다. 나는 현재 Level 3까지의 교육을 마쳤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한국인과 같은 반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다른 반이나 다른 Level에서는 간혹 한국인의 이름을 보기는 한다. 내가 Foundation 과정을 시작한 해의 3월에 입학한 64명 중에서는 2명이 한국 사람이었다. 샘플이 작아서 모집단을 제대로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어쨌거나 약 2~3%가 한국인인 셈이다.
6. 여자도 할 수 있나?
물론이다. 다만 여학생들은 다른 대부분의 남학생들처럼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보다는 좀 특화된 분화(공장 자동화, 빌딩 자동화)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자리는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Foundation 을 할 때에는 같은 반에 여학생이 없었는데, Level 2와 Level 3 과정을 하는 동안에는 같은 반에 여학생이 한두명씩 있었다. 심지어 BCIT 전기Trade 과정의 instructor들 중에서 여자가 서너명 정도 있다.
7. 이 과정을 마치면 Apprentice로서 취업은 보장되나?
보장되지 않는다. 취업은 자신이 알아서 해야만 한다. 단, Work BC나 STEP 등을 통해 취업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은 가능하다.
지금 현재 시점으로만 보자면 취업은 대체로 쉬워 보인다. 내가 Foundation 코스를 마쳤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인력 부족으로 새로운 채용공고가 자주 올라온다. 본질적으로 건설경기를 많이 타는 직종이라 앞으로도 계속 쉬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도 시작되었기 때문에 상당 기간 괜찮을 것 같아 보이기는 한다.
8. 교육비용은 얼마나 드나?
내가 입학했던 것이 2016년 이라 현재는 좀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대략 3천8백불 정도 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른 과정들에 비하면 싼 편이다. 정부에서 보조를 많이 해 주는 교육과정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상세한 등록금 명세는 아래와 같다. 내가 받았던 명세서이다.
등록금 외에 교과서 비용이 5~600불 정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실습에 필요한 공구를 구입하게 되면 이 비용도 대략 5~600불 정도 필요하다. 공구를 사지 않고 학교에서 빌려 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Trade쪽에서 일하게 되면 개인 공구는 모두 개인 비용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취업 후에 쓰게 될 공구를 미리 구입하여 손에 익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사들이 권장을 하기는 한다. (살 의무는 전혀 없음)
과거에는 Success나 Mosaic 등의 기관을 통하여 ITTI라는 프로그램으로 학비에 대한 보조를 받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되어 현재로서는 등록금 전체를 지원받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현재는 BC건축협회 산하기관인 STEP에서만 ITTI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교과서 구입비용이나 공구구입비용 지원, 취업알선 서비스 등은 계속 지원하고 있다.
9. 교육시간은 어떻게 되나?
Electrical Foundation Course는 Full Time Study 과정이다. 24주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의 수업이 진행되며, 수업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입니다. 9시에 15분간의 휴식시간이 있으며, 점심시간은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이다.
10. 나이가 취업에 장애는 되지 않는가?
취업에 있어서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력서에 나이를 기재하지 않으며, 나이가 많다고 안 뽑아주는 경우는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없다. Apprentice들의 절대 다수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들인데, 오히려 나이가 좀 있으면 더 책임감있고 일도 열심히 할 것 같아서 고용주들이 선호하면 했지 기피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