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감기를 앓고 있어요. 요즘 날씨가 맑은 날은 더웠다가 비 오는 날은 쌀쌀했다가 오락가락했거든요. 일요일에 호수공원으로 가족 나들이 갈 때부터 기침이 좀 나기 시작해서요, 월요일 하원 후에 소아과를 다녀왔는데 그날 저녁에 열이 났어요.
다행히 화요일 아침에 열이 내려서 어린이집에 갔는데요, 웬 걸, 점심때가 되니 또 열이 나더라고요. 선생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으니 조금 있다 엄마가 날 데리러 왔어요. 엄마는 내가 아픈 줄 어떻게 알고 왔을까요?
그날은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낮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열이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엄마는 따뜻하게 적신 가제손수건으로 제 몸을닦아 주었어요. 물도 마시라고 챙겨줬는데 나는 마시기 싫어서 도리질만 했어요. 바나나랑 까까랑 주스만 먹었어요.
그날 밤에는 엄마 품에서 잠깐씩 선잠이 든 것 외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어요. 엄마는 내가 잠들 때마다 "아이구 허리야" 하면서 날 자꾸 바닥에 뉘었어요. 난 아파서 엄마랑 계속 붙어있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럴 때마다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어요.
수요일 아침에 소아과에 가서 다시 약 처방을 받았어요. 월요일에 갔을 땐 기침만 났지만 이제는 열도 나고 콧물도 났거든요. 다행히 집에 돌아와 점심 먹고 약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열이 싹 내렸어요.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어요. 이전처럼 집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지요. 엄마도 안심한 눈치였어요.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어요. 왼쪽 아래 잇몸이 얼얼하게 아파왔어요. 바로 으앙 울음이 터졌어요. 한참 동안 날 안고 달래던 엄마는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호야야 왜 울어~ 어떻게 해줘~" 하고 물었어요. 그렇지만 나도 모르죠. 어떻게 해야 안 아플 수 있는지 말이에요. 나는 계속 울기만 했어요.
잇몸이 아파서인지 열도 다시 조금 났어요. 엄마는 "이앓이 하나?" 하더니 손가락으로 내 잇몸을 여기저기 만져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아픈 부분에서 손가락이 딱 멈췄어요. "어머 이가 두 개나 나고 있네." 엄마가 만지니까 더 아파져서 나는 더 크게 울었어요.
아빠가 "호야야 뽀로로 볼까?" 하고 뽀로로 만화를 보여줬어요. 내가 좋아하는 뽀로로를 보고 있으니 아픔이 조금 잊히는 듯했어요. 나는 엄마에게 기대앉아서 아침이 될 때까지 뽀로로를 봤어요. 재채기 때문에 콧물이 입술까지 주룩 내려오면 엄마가 가제 손수건으로 슥슥 닦아주기의 연속이었어요.
며칠 사이 엄마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 같아요. 그래도 난 엄마한테 매달리는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어요. 내가 나을 때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 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참을 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