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7개월 때의 기록
생후 16개월 무렵부터 호야의 언어발달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진 못해도 어떤 질문을 하면(물음표가 들어간 말을 하면) "응" 하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있다가 단어를 곧잘 따라 말한다. 그동안 아기에게 혼자 말을 거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하니 신기하고 재밌다. 오늘은 어린이집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언제나처럼 "도착~" 하고 말했는데 뒤에 앉아 있던 호야가 "또차~ㄱ" 하고 따라 해 웃음을 주었다.
그림책도 16개월쯤부터 내가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가만히 책을 보기 시작했다. 관심 없는 책은 읽기가 무섭게 덮어버리지만 좋아하는 책은 적어도 3번 이상 읽어줘야 한다. 요즘(17개월)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달라며 나에게 가져온다. 내가 책을 받아 들면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앉는다.
그전에는 책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읽어주려 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통에 한 권을 끝까지 읽은 적이 거의 없다(한 권이라고 해도 한 페이지에 길어야 두 줄이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나도 억지로 읽어주지 않았다. 아기가 관심을 가질 때만 읽어줬는데 그 횟수가 일주일에 한 번 될까 말까였다. 지금은 하루에 10권은 읽어주는 것 같다.
이제껏 아기 책을 직접 산 건 딱 한 번이다. 그나마 보드북이 아니라서 아직 읽히지 못하고 있다(종이책은 베이는 것도 걱정이지만 찢어버릴까 봐 아직 꺼내놓지 못한다. 보드 북도 두 권이나 찢어버릴 만큼 힘이 좋은 베이비라...). 지금 호야가 읽고 있는 책들은 전부 지인들에게 물려받거나 어린이집에서 받은 것들이다. 그것들만 해도 벌써 50권 가까이 되기 때문에(종이책 빼고 보드 북만) 더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예전에 아는 언니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좋은 메시지를 담은 책도 좋지만 아이들이 즐겁고 재밌어하는 책이 좋다!
그래서 내가 읽어주고 싶은 책보다 호야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더 관심을 두는 편이다. (사실 아직 책 내용이 다 단순해서 좋은 메시지를 담을 정도의 내용 있는 책 자체가 별로 없다)
50권의 보드북 중 호야가 자주 읽는 건(읽어달라고 하는 건) 20권 정도다. 그중에서도 10권을 특히 좋아한다. 호야가 좋아하는 책 10권을 정리해봤다.
호야가 제일 좋아하는 책 3권이다. 호야가 먹는 걸 좋아하니 그림책도 그런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달콤 아저씨의 맛나 음식점>은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다양한 소리를 내며 놀 수 있고, <사이좋게 먹어요>는 딸기를 가족들과 나눠먹는 내용이다. <누가 먹을까?>는 동물들의 먹이가 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행복 아파트 친구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하루 일과와 그 일과 속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 호야는 여러 감정보다는 아직 책 속 아이들의 행동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울지 말고 말해요>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친구가 갖고 놀 때 울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내용이다.
책 속 동물들과 손뼉을 치기도 하고, 책에 붙어 있는 줄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책 속 의성어를 흉내 내며 바닥을 두드리기도 한다. <손뼉을 짝짝짝>을 보면서 동물들과 손뼉 치기를 좋아하던 호야는 요즘 우리와 손뼉을 마주치며 "짝~" 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기의 털실 공>은 손잡이를 돌리면 캐럴이 나오고, <달님의 자장가>는 버튼을 누르면 다양한 자장가를 들을 수 있다. <달님의 자장가>는 예전부터 자기 전에 종종 읽어주던 책이라 지금은 너덜너덜해졌다(이 책 덕분에 "안녕"과 "잘 자"를 배웠다). 악기 소리가 나는 책도 한 권 있는데 그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걸 보면 소리가 난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