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문제시하고, 과대 포장된 물건은 사지 않는 불매 운동도 벌인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최근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겨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샵은 물건을 구매할 때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필요한 내용물만 사고팔기 위한 취지로 생겼다. 쓰임을 다한 후에는 자연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제품 자체도 대나무 칫솔이나 천연 수세미 등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판매하는 물건들은 개별 포장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매 시 쇼핑백도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소비자는 물건을 담을 용기와 에코백을 미리 챙겨서 매장에 방문해야 한다. 구입한 물건은 그대로 자신의 가방에 담으면 되고, 리필식으로 판매하는 세제나 곡물 등은 공병에 담아올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샵을 포털에 검색해보면 전국에 약 46곳의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다. 그중 절반은 수도권에 위치한다(내가 오늘 방문한 곳은 '제로웨이스트샵'을 검색했을 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외에도 더 있을 것 같다).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은 2014년 독일 베를린에 생긴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더 피커'로, 2016년에 오픈해 이제 5년이 되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그 수가 충분하지 않다. 대형마트 중 하나인 롯데마트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줄인다고 하니, 제로웨이스트샵의 증가보다 대형마트의 제로웨이스트화가 어쩌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재로선 생겨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에 관심을 갖고 활성화시키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전부터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구매만 하다가 마침 필요한 물건이 있어 동네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해봤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심플소요'라는 매장이다.
심플소요는 제로웨이스트샵을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다. 천연비누 판매를 위주로 하는 소규모 상점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나는 SNS를 통해 그곳을 알게 됐다. 내가 알기로 내가 사는 용인시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은 이곳 ‘심플소요’와 두 달 전에 생긴 '용기내 가게'가 전부다.
매장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 3층에 있었다. 간판이 보이지 않아 이곳이 맞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렸는데 자세히 보니 천으로 붙여 놓은 간판이 있었다. 제로웨이스트샵 간판답다.
"어떻게 오셨어요?"
매장의 반은 천연비누를 만드는 작업 공간으로 사용 중이었고 나머지 반은 친환경 용품이 소소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쭈뼛거리며 매장에 들어서니 안쪽에서 비누를 만들고 계시던 사장님이 나와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셨다. SNS를 보고 방문하게 됐다고 하자 전에 사용해본 친환경용품이 있는지 하는 것들을 물어봐주셨다.
"저희는 천연비누 생산과 판매를 위주로 하는 곳이라 다른 물건은 많이 없어요."
확실히 넓은 가게는 아니었다. 곡물이나 식자재까지 취급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천연비누 말고도 대나무 칫솔이나 프로듀스 백, 천연 랩, 면생리대, 소프넛 열매 같은 웬만한 친환경 용품들은 갖춰져 있었다. 내가 설거지 비누와 아기 비누를 사러 왔다고 말씀드리자 사장님은 아기 비누는 이제 만들어야 하는데 다 만들려면 한 달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천연비누를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줄 처음 알았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쪽에 꽂혀 있는 제로웨이스트 관련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한 권을 뽑아서 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옆에서 "그 책들 대여하는 거예요. 빌려보시고 갖다 주시면 돼요." 하고 알려주셨다. 판매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대여라니. 신나게 한 권을 골랐다.
설거지 비누와 책 한 권을 들고 바로 나오기 아쉬워 전부터 고민만 하던 면생리대도 하나 구입했다. 한 번에 다 바꾸기 힘들면 잘 때만이라도 한번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던 어느 인친님 말이 생각나 오버나이트로 하나만 구매했다(가격이 좀 있는 편이라 하나 이상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챙겨간 에코백에 물건들을 모두 담아 매장을 나왔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은 방문을 할 수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연대감(물론 나는 소소한 수준이지만)을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느껴본 것 같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보송보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