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바람 Nov 04. 2021

이번 주는 우울하려나보다



이번 주는 이상하게 살짝 우울하다. 무슨 일 때문인지 찾아보려고 해도 당최 모르겠다. 야근을 해서 생활 리듬이 무너졌던 적도 없고 호야가 심하게 보채서 체력이 고갈된 적도 없는데, 비슷비슷한 하루가 비슷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 걸까? 다이어리를 뒤적뒤적 뒤져봐도 딱히 별 일이 없었다. 며칠 동안 호야가 밤에 몇 번 깨서 우는 바람에 잠이 부족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로? 더 피곤한 날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우울해지면, 우울해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집요하게 찾게 된다. 이유를 찾는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우울의 정체가 명확해지면 그게 정말 우울할 만한 일인지 따져볼 수는 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짚이는 게 있다. 하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무력감'이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일처리와는 거리가 멀게 하루를 버티는 수준이고, 그렇다고 집안일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며 책 읽기도 찔끔찔끔하고 있으니 만족스럽게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 거의 없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찝찝함이 끈질기게 들러붙는다.


독립출판한 책의 외부유통 입점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것도 우울에 한몫한다. 독립출판 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부크크에서 외부유통 신청을 했던 게 9월 말이었다. 홈페이지에는 '신청 후 3주 내로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 가능합니다.'라고 되어있지만 3주는커녕 5주가 지나가고 있다. 예스24와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는 입점이 됐는데 교보문고가 아직이다(교보문고님, 많이 바쁘시죠?ㅜㅜ).


며칠 전 건강검진을 갔을 때는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미션과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는 미션도 받았다. 귀찮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괜히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이 우울은 대학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사랑니가 시원하게 뽑혀야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나 이제 늙었네'란 생각을 처음 하기도 했다. 친정엄마랑 여동생이랑 호야랑 넷이서 잠시 나들이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때 동생이 찍어준 사진을 보고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사진 속에 나를 닮은, 웬 늙은 여자가 있는 게 아닌가. 사진은 잘라냈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잘라낼 수가 없었다.


아니면 요즘 통 글을 못 썼던 게 우울의 진짜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조금이나마 글을 쓰는 사이에 우울했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니고 어쩌면 단순히 가을을 타는 것인지도 모른다. 봄과 가을은 한 번도 조용히 온 적이 없다.


지금 듣는 노래 괜히 한번 링크해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