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가 죽은 지 1년 하고 1달이 지났다. 10월 13일만 되면 생각날 줄 알았는데, 까마득히 잊은 채 10월을 보냈다.
얼마 전에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zoom으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인이가 떠올랐다. 신체 학대를 당한 아동의 사진을 보여줬을 때다. 뒤통수를 세게 맞아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은 사진(치료가 시급한 경우라고 한다), 매일 학대를 당해 멍 색깔이 여러 개인 사진 등이었다.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그런 폭력을 휘두를 수 있을까. 믿을 수 없지만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한다.
교육을 진행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로 의심 가는 아동이 있으면 꼭 신고해달라고, 이웃의 관심이 아동학대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집에서, 이웃주민에게, 병원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3번이나 받고도 살리지 못한 정인이를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까마득히 잊은 채 10월을 보냈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정인이를 아주 잊은 건 아니었다. 정인이의 존재로 인해 적은 금액이나마 초록우산에 후원하기 시작했고, 전부터 갖고 있었던 입양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입양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서, 남편과 호야의 동의를 구하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너무 나이가 들면 아이 키우기 힘들 것 같아서 50세 전에는 실천하고 싶은 바람이다.
혹시 나처럼 입양에 관심 있는 분이 있을지 몰라 동방사회복지회에 게시된 입양 자격을 옮겨왔다.
입양 자격
양친이 될 사람은 입양 특례법 제10조에서 정한 다음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
- 양자에 대하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 양친이 될 사람이 아동학대ㆍ가정폭력ㆍ성폭력ㆍ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없을 것
- 양친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
- 그밖에 양자가 될 사람의 복지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요건을 갖출 것
양친이 될 사람은 양자가 될 아동이 복리에 반하는 직업이나 그밖에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직업에 않아야 합니다.
양친이 되려는 사람은 입양의 성립 전에 입양기관 등으로부터 8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양친이 될 사람의 나이가 다음 구분에 따른 범위에 있어야 합니다.
- [대한민국 국민] 25세 이상으로서 양자 될 자와의 연령차이가 60세 미만인 자
-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 25세 이상 45세 미만인 자
독신가정의 경우 아래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 35세 이상이며 아동과의 연령차가 50세 이하인 경우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여야 합니다.
-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에 종사하며 아동양육에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 가족들이 입양에 대해서 동의를 해야 합니다.
(출처: 동방사회복지회 홈페이지)
e-나라지표를 검색해보면 2019년 우리나라 보호대상아동 4047명 중 입양된 아이는 104명뿐이라고 한다. 시설에는 아직 부모를 기다리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뜻이다. 아이를 입양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종종 나 자신에게 입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물어보지만, 놀라운 사실은 고아가 될 준비를 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인아 미안해.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얼마 전에 남편에게 부탁해 아이패드를 중고로 구입했다. 첫 그림으로 뭘 그릴까 고민하다가 정인이를 추모하는 그림을 그렸다. 정인이를 가장 안아주고 싶었던 장면, 어쩌면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를 마지막 순간이다. 저 때로 돌아가서 정인이를 데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아줌마랑 같이 가자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