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의 코로나 자가격리가 끝난 후 맞은 첫 번째 토요일. 나들이를 가려고 벼르고 벼르던 주말인데 일기예보에서는 하필 그날 비가 온다고 했다. 내 얼굴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날씨도 날씨지만 시간도 부족했다. 나랑 남편이 오전과 오후에 번갈아가며 주말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눈을 찌를 듯이 많이 자란 호야의 머리카락도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어서 오후 4시 반에 미용실 예약도 돼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친 오후 5시 반 무렵. 머리가 단정해진 호야를 차에 태우고 운전대를 잡는데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 바람 쐬러 갈까?"
"... 어디로?"
집돌이 남편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대로 하루가 무사히 끝날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난 도저히 집에 갈 수 없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도 이젠 그쳐 있었다.
"남산타워 갈까?"
"... 뭐? 지금?"
내가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남편이 동의를 하기도 전에 남산타워로 차를 몰았다. 남편은 자포자기하는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케이블카 탈까?"
한참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남편이 내게 물었다.
"케이블카?"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들이 갈 땐 항상 수동적인 남편이 한 말이 맞나 싶어서. 아니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생각해보면 호야랑 전망대까지 걸어서 가는 건 아직 무리였다. 처음엔 잘 걷겠지만 금방 다리가 아파서 안아달라고 할 테고, 호야를 안고 전망대까지 오르다 어깨가 빠져서 울상이 되는 건 남편과 내 몫이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케이블카는 금세 우리를 남산타워 앞까지 데려다줬다. 케이블카가 올라가면서 드넓은 도심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덕분에 마음까지 탁 트였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먼 곳의 산과 건물까지 또렷이 보였다. 즉흥적으로 온 것 치고는 날을 정말 잘 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야경을 감상하다 왔다... 는 건 내 희망사항이고, 현실은 케이블카에서 내린 순간부터 호야의 폭주가 시작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정말 '왜 이러나' 싶을 만큼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계단을 몇 번씩 오르내리고, 바닥에 눕고, 열려있는 문을 닫겠다고 떼쓰고, 모르는 사람들 쪽으로 뛰어가고... 혹시 뛰다가 다칠까 봐, 다른 사람과 부딪쳐서 피해를 줄까 봐 안경이 뿌예질 만큼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얌전히 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랑 함께 있는 가족이 우리뿐인 것도 아닌데 혼자 날뛰는 호야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한이라도 맺힌 걸까...?)
"안 되겠다 이 자식. 집에 가자."
결국 보다 못한 남편이 호야를 번쩍 안아서 강제 귀가 조치를 했다.
"아빠 내려줘~ 내려줘~~!!!"
목청 좋은 호야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야경을 덮어버릴 듯 울려 퍼졌다. 호야가 아빠라고 불렀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떤 눈으로 봤을까....
"집에 있으면 편했을 텐데."
집돌이 남편은 이때다 싶었는지 한마디를 콕 던졌다.
"무슨 소리야~ 이게 다 추억이라구!"
짐짓 당당하게 외쳤지만 인정한다. 힘들긴 힘들다. 하지만 힘들어도 좋은 이 기분을 남편은 왜 모르는 걸까? 나는 이번 주말엔 어디를 갈지 또 머리를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