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한 것을 가끔 잊으려 한다

나의 결혼 이야기

by 햇살바람


나는 비혼주의자였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는 결혼이란 제도에 무척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짝사랑을 포함해 중학생 때부터 꽤 많은 사랑을 했다. 내 안의 결핍된 것을 채우기 위해 참 열심히도 두리번거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많은 진심들이 찬란히 피고 허무하게 지는 과정들을 숱하게 봐왔다. 때로는 피지 말아야 할 꽃이 피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체념이 찾아왔다. 꽃을 피울 태양도 흙도 내 안에서 점점 고갈되어 갔다. 남을 믿지 못하게 됐고 나도 믿을 수 없었다. 하물며 한 사람에게 매여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결혼은 형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상대방을, 그리고 자신을 철저하게 속이지 않는 이상 그게 가능한 일일까?


내 안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 잡은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사람은 소유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가 그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차라리 혼자 지내자' 하고 많은 것들을 혼자서 해봤지만(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 코노 없던 시절 혼자 노래방 가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여행 가기, 혼자 껍데기 집 가기까지 해 봤다) 그럴수록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만 들게 됐다. 누군가를 만나기는 해야 했는데 아무도 믿을 수가 없으니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다행히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고, 내게는 절벽 끝에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 나무를 붙잡았고, 그 밑은 낭떠러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을 만나는 것은 내게 사랑 이전에 생존의 문제였다. 나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나무를 더 꼭 붙잡았다.


'이 사람한테는 상처를 받아도 괜찮겠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허락하는 마음을 가졌다.


결혼은 호야가 시켜줬다. 남편을 만난 지 3개월 만에 임신을 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꿔본 적 없던 나는 호야를 지키기 위해서 결혼을 했다. 호야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호야가 내게 울타리를 만들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했기 때문에 남편을 소유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스스로를 경계하게 된다.

'남편도 언젠가 변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변하는 시기가 아주 늦게 오기를, 그래서 이왕이면 죽기 전에는 찾아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건 남편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그렇다. 내가 부디, 믿음으로 지어진 지금의 행복을 깨트리지 않고 지키기를 바란다.


나는 결혼한 것을 가끔 잊으려 한다. 그러면 오늘 하루 내 옆에 있어주는 남편이 당연하지 않다. 고마운 존재가 된다. 내일도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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