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하게 흘러갔던 한 달
별 이슈가 없었던 한 달이었다. 그래서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없지만, 그럼에도 작게나마 움직이면서 채운 하루하루가 있었다는 어렴풋한 기억은 있어서 캘린더와 2월 한 달간 찍었던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키워드로 정리가 되더라.
1. 역시나, 프로젝트
드디어! 10월부터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났다. 상부 보고도 전부 다 했고, 나름의 칭찬도 들었다. 전략 변경으로 인해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크게 부족함 없이 마무리해서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더불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서 뿌듯함이 더 크다. 예전에는 이걸 어떻게 혼자하나, 싶었는데 확실히 감이 잡힌 느낌? 가장 큰 수확이라 하겠다.
2. 가구 재배치
벼르고 벼르던 가구 재배치를 드디어 완료했다. 낡은 책상을 버리고 책상 겸 화장대로 쓸 수 있는 가구도 새로 사고 (화장대의 위를 열면 거울이 보이고, 닫으면 책상처럼 쓸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무엇보다 드디어 TV 앞에 침대를 위치시켰다. 진작 이렇게 할걸! 거의 6년 만에 내가 원하던 배치로 바꾼 셈이다. 단점이라면 원래도 콘텐츠를 많이 봤는데, TV를 침대 앞에 둔 후로 침대 안 반경을 벗어나지 않은 채 OTT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나의 왓챠피디아에는 시청을 완료한 각종 드라마와 영화 리스트가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추운 게 가장 싫은데 2월은 또 은근히 추웠다. 날씨를 핑계 삼아 집순이 기질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음… 가구 재배치의 덕인지, 탓인지 모르겠다.
3. 오픽 시험
며칠 전 오픽 시험을 봤다. 2018년이 마지막이었으니 7년 만이구나.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 구술시험 결과가 있어야 회사에서 외국어 수업료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달에는 일본어 수업을 다시 들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 달에는 어떻게든 오픽 시험을 봐야만 했다.
오랜만에 들어간 시험장이라 그런지 결론적으로는 제대로 망친 것 같다. 다음 주 월요일에 결과가 나오는데 시험 점수는 하늘에 맡기련다. 점수 제출할 때 아주 잠깐 창피할 뿐, 제출만 하면 수업료 지원이라는 목적 달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해 본다. 뭐… 일단 시험을 봤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합리화하기에는 사실 많이 망한 것 같긴 하지만…
4. 사람들과의 모임
기존의 내 사람들과 더불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했던 한 달이기도 하다. 1월에 부득이하게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는 이번 달에 늦은 신년맞이를 했다.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된 경우도 꽤 있었다. 우리가 못 본 몇 개월, 길면 1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서로에게 있었구나,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물론, 나는 크게 이야기해 줄 부분은 없었다. 그 사실이 조금은 속상하게 여겨지는, 못나고 속 좁은 마음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서로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아직까지 나의 주변에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기도 한다.
더불어 3개월 만에 원래 소속된 독서모임에도 참여했다. 원래 느슨하게 오래 보는 모임이긴 한데, 한 모임원과는 거의 1년 만에 만난 거더라. 월 1회 하는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서로의 시간이 계속 엇갈렸던 탓이다. 내가 될 때는 그 모임원이 안되고, 그 모임원이 참석할 때는 내가 안되어서 참석을 못하게 된 식으로. 불과 몇 달 전인 것 같은데 1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일상들을 버텨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더 새삼스러워졌다.
5. 다음 달 여행의 다짐!
삿포로 항공권을 즉흥적으로 예약했다. 어차피 다음 달에도 휴가를 쓸 예정이어서 (별 이유 없고 그냥 쉬고 싶었다. 사실 학생보다 방학이 더 필요한 존재는 직장인이 아닐까!) 여행 갈까 하는 마음 반 집에서 쉬겠다 하는 마음 반으로 수시로 스카이스캐너를 들여다보았다. 그저 눈팅하는 정도로 만족했는데, 삿포로 항공권이 왕복 16만 원에 뜬 거다! 그것도 회사에서 연차를 권장하는 그 일자에! (전사적으로 셋째 주 금요일에 연차를 쓰도록 권장하는 우리 회사 문화다. 그날은 구내식당도 운영하지 않는다…) 원래 쉬려고 했던 날짜를 옮기면 3박 4일간 16만 원에 삿포로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연차를 옮기고 보자마자 홀리듯 항공권을 결제했다. 이건 꼭 가야 해! 이런 마음으로…
삿포로를 꼭 가보고 싶었다. 영화 <윤희에게>와 <러브레터>에 비치는 삿포로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특히 오타루를 정말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본 치고는 삿포로가 항공권도 비싸고, 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삿포로의 추위와 폭설은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야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기도 했다. 3월의 삿포로는 우리나라 2월 날씨라는데, 그 정도면 괜찮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게다가 항공권까지 이렇게 저렴하면…. 조금 오버해서 당일치기라도 다녀올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ㅎㅎ 당장 다음 달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겠다!!
다음 달에 할 것들을 생각해 본다. 일단 삿포로 여행이 있겠고, 필라테스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 일본어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새로움과 반복의 사이에서 다음 달도 이번 달과 크게 다르지 않게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그래도 중간중간 활력을 불어넣을만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봐야지. 원래 3월이 시작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