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나 지났지만 반이나 남았다!
25년 상반기도 거의 다 저물어간다. 어엿한 30대 중반이 되었음을 부정하고만 싶었던 25년 1월은 벌써 다섯 달 전이다. 예전 어른들이 한 해 한 해 먹어갈수록 시간이 빠르다더니, 그 사실을 요새는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아직도 친구들이나 나나 철딱서니 없던 10대, 20대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인데… 행동은 그대로인데 물리적인 시간과 함께 생체 시계도 흘러가는 중… 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리다고는 차마 못하지만) 젊다고 생각하며…. 25년도 상반기를 무엇으로 메워내었는지 돌아보았다.
상반기는 유독 전시에 꽂혔다. 미술 전시는 특히나 문외한이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취미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수준이고, 그래서 내가 의지를 갖고 관람하는 전시회는 고작 1년에 1~2회가 전부다. 그런데 올해는 삿포로에서 즐겁게 관람했던 미술 전시의 여파인지 서울에서도 보고 싶은 것들이 꽤 생겼다. 세어보니 야금야금 다녀온 전시가 5곳이다.
취향을 넓혀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이다. 1도 모르지만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감각을 쌓아나갔던 상반기라고 할 수 있겠다. 풍경화보다는 이해가 쉬운 인물화가 좋고, 밝은 그림도 물론 좋지만, 의도가 명백한 것보다 작가의 마음을 선뜻 짐작하기 어려운 우울하고 어두운 그림이 더 마음을 끈다. 하반기도 기분 전환 겸, 취향도 더 넓힐 겸, 보고 싶은 것들이 있을지 더 찾아보고 궁금해해 볼 예정이다.
잠깐 쉬어가는 것은 일본어와 필라테스. 필라테스는 이제 2년 하니까 흥미가 0이 되어서 스쿼시나 수영 같이 조금 더 동적인 운동으로 바꿔볼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은 너무 더우니까 8월부터…
일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서 눈에 보이는 아웃풋도 꽤 나왔다. 신제품 3종도 그렇고, 다음 달에 곧 나오는 신제품 1종도 상반기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전략 프로젝트도 하나 마쳤고, 현재 하나도 거의 마무리해간다. 여전히 팀장님은 나의 성향과 잘 안 맞고, 개인적으로는 버겁지만 그와 반대로 팀장님은 나를 점점 신뢰하고 계시는 듯하여… 감사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기분이 묘하다.
하반기도 잘 버텨내야겠지. 일은 자주 정신없고, 종종 한가하며, 어떤 날이 불만족스러우면 또 어떤 날은 만족스럽다. 약간의 기복을 넘나들며 일도 어찌어찌하고 있고, 남은 하반기도 그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는 ‘따로 또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가졌다. 원래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기는 하지만 올해 상반기만큼은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주말도 이틀 내내 나간 적은 별로 없다. 약속을 잡을 때에도 대부분 퇴근 후의 평일 저녁으로 잡았고, 적어도 주말 중 하루는 꼭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역설적으로 그러고 나니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즐겁고 유쾌했다. 역시, 일이든 뭐든 제대로 쉬어야 효율이 난다.
상반기에는 신상에 변화를 줄 만한 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은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관련된 짤을 본 것 같은데, 무탈한 일상이 정말 행복한 일상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실 과하게 무탈하면 매일매일을 보내는 재미는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한데, 그만큼 힘든 일도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돌아보면 25년 상반기도 큰 일 없이 무탈했고, 이에 감사하며 하반기를 잘 나야겠다.
그리고.. 한 해의 반이나 지났지만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너무 빨리 흘러간 상반기가 야속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