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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의 중요성

막 먹고 막살았던(?) 때를 반성하며

by 안뇽안뇽안늉

6월 말 건강검진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서는 너무 깨끗하다고, 아무것도 없으니 위내시경은 2년마다, 대장내시경은 5년마다 받으면 충분하다는 소견을 들었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건강검진 한 달 전부터 단 것 최대한 줄이고, 빵순이지만 빵도 100% 호밀빵이나 통밀빵 아니면 안 먹고, 일주일에 3~4번은 라면에 간편식을 달고 살았는데 그 또한 반찬을 사 먹는 방식으로 대체하면서 나름 건강한 식사를 시도했던 결과려거니 했다. 특히나 매년 위내시경 할 때마다 발견된, 직장인이라면 흔히 갖고 있다는 만성 표재성 위염이 올해는 진단되지 않아서 더욱 자신했다. 올해 건강검진은 아주 결과가 좋겠군…


웬걸. 맨 앞장의 건강검진 결과지가 한 페이지가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선 내 평생 처음으로 왼쪽 눈의 녹내장 의심 판정을 받았고 (그전까지는 녹내장이 어떤 질환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 그 이외에도 무슨 수치가 올라갔으니 3개월 후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체지방률이 높다 등등의 코멘트들이 두 페이지째 쓰여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페이지면 충분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얼떨떨하고서는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특히 녹내장. 이건 추적검사도 아니고 바로 검사를 받으라고 쓰여 있었고, 생전 처음 본 진단명에 나의 불안감은 급상승…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전문 병원으로 바로 정밀검진 예약을 잡았다. 나 아직 30대인데…. 이건 왠…. 오랜만에 성당에 나가서는 온전히 자기 보신을 위해서 기도했다. 제발 아니게 해 달라고…

병원 검사하면서 심장이 이렇게 두근대보긴 처음이었다. 물론 요새 녹내장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고 하지만, 가족력도 없고 심지어 라식/라섹도 안 했고, 안압도 안 높은데! 내가 왜! 진짜 녹내장 판정을 받을까 봐 가슴 졸였다.

결론은 아니었다. 중등도 근시가 원인이며, 1년마다 정기 검진만 하라는 소견이었다. 시야검사 결과가 너무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그제야 마음이 훅 놓였다. 그래, 한 시름 덜었구나 싶었다.


다음에는 치과. 충치가 있으니 치료하라고 했었는데, 치과 치료가 너무 싫어서 좀 뭉개고 있다가 두 달 만에 큰 마음먹고 발걸음 했다. 그런데 또 이건 무슨 경우인지, 막상 치료 부위를 제거해 보니 생각보다 충치가 깊어서 신경치료를 해야 될 수도 있단다. 나 참… 신경치료는 해 본 적도 없거니와, 애초에 충치가 잘 생기는 치아도 아니었다. 근데 무슨 신경치료란 말인가. 한 주간 치아 일부가 제거된 지금의 상태에서 지켜보고, 아프지 않으면 그냥 때우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너무 아프면 그때는 신경에 염증이 퍼졌으니 신경치료를 해야 된다고 했다. 또 일주일간 마음을 졸였다. 신경치료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 번에 끝나는 것도 아닌 데다 너무 아프댔는데… 다시 또 기도했다.

다행히 아프지 않아서 신경치료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에 따라 때우는 것만으로 안될 때 파생될 부차적인 고민거리도 모두 사라졌다. 마음이 또 한결 놓였다. 7월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건강검진의 여파로 병원을 몇 군데나 다녀야 했는지 모르겠고, 결론은 전부 다 큰 걱정 안 해도 되는 것들이었지만 어쨌든 시간이며 돈이며 다 흘려버리고 나니 그제야 나의 불량한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늘 아이패드와 TV를 끼고 산다. 특히 누워서 불 끄고 TV나 아이패드 보면서 잠드는 것은 N년간 내 삶의 낙이었다. 아이패드가 있기 전에는 노트북을, 그전에는 PMP라는 것에 영화나 드라마,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을 넣어놓고 보았다. ‘전등을 끄고’ 보는 것이 포인트다. 어두우면 시선이 산만하지 않고 온전히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내 눈을 혹사시켰다. 건조해도 건조한 줄 몰랐고, 혹은 귀찮다고 인공눈물도 잘 안 썼다. 의사 선생님은 눈이 많이 건조한 편이라며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주라고 하셨다. 내 눈 건강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구나, 싶었다.


식사는 또 어떠랴. 나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많을 때는 대여섯 번 라면을 먹었다. 그건 대학생이 된 이후 서울에 올라오면서 굳어진 나의 오래된 식습관 중 하나였다. 그 정도로 면요리, 특히 라면을 정말 좋아했다.

빵,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도 너무 좋아한다. 특히 최근에는 거의 1년 이상 매일 간식을 먹었다. 아침에는 무조건 비스킷, 점심 먹고 빵이나 케이크, 중간중간 아이스크림까지. 칸쵸를 너무 좋아해서 1일 1칸쵸 하다가 동기들에게 놀림받은 적도 있다. 그 결과는 신경치료 직전의 충치였다.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 치아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인은 최근까지도 거의 매일 먹었던 군것질 밖에는 없다.

야채, 과일보다는 가공식품, 간편식을 찾았던 결과는 만성 표재성 위염으로 나타났었지만 한 달간 끊는 것만으로도 그 흔적을 없앤 것을 보면 골고루 차린 식단과 야채, 과일을 챙겨 먹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부족한 운동량 (특히나 유산소 운동은 젬병인)은 체중 대비 높은 체지방량으로 나타났다. 정말 뛰어야겠다.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번 건강검진으로 느낀 것이 많다. 내 몸은 결국 내가 돌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돌보아 줄 수가 없다. 당장 내 눈앞의 디저트에 정신 못 차리다 보면 결국 후일의 내가 후회한다.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주변에 유혹거리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바로 어제의 일이다. 병원 근처 먹을 곳을 찾다가 블루리본을 연속으로 받은 동네 유명 빵집에 홀린 듯 들어갔다. 고소한 냄새에 달고 짜고 혼자 다 하는 것들이 사방에 그득했다. 진짜 고민했다. 하나 정도야 괜찮지 않을까… 블루리본 빵집인데 먹어줘야 예의 아닌가…. 진짜 고민했는데, 그 전날 라면도 먹었고, 또 며칠 전에도 면요리를 먹었고 해서 그냥 나왔다. 정말 아쉬웠는데 오늘은 어제의 내가 좀 뿌듯하기도?

한층 더 건강하게 먹고, 유산소 운동도 하고, 절대 불 끄고 디지털 기기를 보지 않겠다. 글로 쓰며 다시금 또 다짐해 보지만 솔직히 아예 안 먹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고로, 일주일에 딱 2일 정도의 치팅데이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걸 억지로 거부하면 스트레스받고… 스트레스받는 건 또 안 좋으니까…라는 합리화를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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