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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pr 11. 2020

오를 때마다 새로운 한라산에 가고 싶다.

제주에 가고 싶다 : 한라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어가며 유채꽃과 벚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賞春客)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이곳 주민들이 최근 수그러들고 있는 코로나 19가 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다시 확산될 것을 우려해 축구장 13개 규모의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갈아엎었다고 한다. 육지에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지출이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이곳 주민들이 오죽했으면 그 꽃밭을 갈아엎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도 이번 봄에는 녹산로를 걸으며 유채꽃과 벚꽃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도 가득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아직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깨어 있는 국민 모두가 동참해 조금만 더 견뎌낸다면 그립던 일상으로 조만간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쉬운 대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동경은 <제주에 가고 싶다>를 통해 조금이라도 달래 보고자 한다. 


<윗세오름에서 본 남벽분기점>

  우리 가족은 모두 세 번 한라산에 올랐다. 두 번은 영실 탐방로를 통해 남벽분기점까지 올랐고, 한 번은 성판악 탐방로를 통해 정상(백록담)까지 올랐다. 백록담까지 올랐던 성판악 탐방로를 찾은 것은 2018년 10월이었는데 그 전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도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항공 운항이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이른 새벽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행기는 이륙했고 제주에 도착했지만 날씨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내와 준&규 형제의 특성상 실내 활동만으로는 제주에 온 의미가 없었다. 다음 날 다행히 입산 통제가 해제되었기에 성판악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에 올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쾌청해져 운 좋게 정상까지 오르게 되었다. 비 온 후 맑은 공기 덕분에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했다. 게다가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찰랑거릴 정도로 물이 찬 백록담도 볼 수 있었다. 이 정도 맑은 날씨와 물이 찬 백록담까지 동시에 경험한다는 것은 원주민분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정상을 다녀오니 탐방안내소에서 한라산 등정 인증서도 받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백록담>

  두 번을 오른 영실 탐방로는 모두 여름(8월)에 올랐다. 날짜로만 보면 매우 더웠을 날씨였는데 우리 가족 모두 그다지 덥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마도 산을 오르는 힘듦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아무리 수영으로 다져진 몸이라고는 하지만 아내에게도, 준&큐 형제에게도 영실 탐방로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하지 않던 나는 말할 것도 없다. 영실 탐방로를 통해서는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 즉 백록담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실 탐방로를 두 번이나 오른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과 이곳만의 특별한 경치 때문이다. 

  영실 휴게소를 출발해 한 시간여를 걷고 나면 먼저 병풍바위와 오백장군바위의 웅장한 비경을 만나게 된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 뒤따라 오는 사람에게 추월당하기 일수이다. 그러면 좀 어떤가. 쉬어가려고 제주에 왔는걸. 실컷 눈호강을 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 구상나무는 바람이 많은 고산지대에서 자란 탓인지 줄기에 굵은 가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으면서 높게 자라지 않는다. 뭍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밋밋하게 크게 자라며 가지가 듬성듬성 난다고 한다. 이렇게 같은 나무라도 자연환경에 따라 다른 옷을 입는다. 다음으로는 아고산 식물의 천국 선작지왓이 나온다. 봄이면 진달래와 산철쭉이 꽃동산을 만드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한 여름의 풍경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자연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 뿐이다. 이렇게 높은 산 정상에 이런 평원이 있다는 것이 언제 봐도 신기했다. 가끔 보이는 독수리 같은 까마귀를 만나는 것도 이곳을 오르는 재미 중의 하나다. 가장 결정적인 즐거움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먹던 컵라면과 초코파이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라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큐도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먹었던 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지금은 안타깝게도 윗세오름에서 더이상 컵라면을 먹을 수는 없다. 이런 아름다운 절경을 후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니 컵라면쯤은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 

  다음에 제주에 가면 가장 험하다는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에 올라볼 생각이다. 이 코스의 끝에도 한라산 정상이 있다. 정상에서 내려보면 마주하게 될 제주의 아름다움이 궁금하지만 오르는 길, 발길 닿는 곳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배어 있을지 궁금하다. 제주에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한라산이지만, 매번 오를 때마다 다른 모습,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는 한라산에 다시 한번 오르고 싶다. 


  한라산은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순상화산(楯狀火山)이다. 화산 폭발 당시 용암의 점성이 낮아 평탄하게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동서방향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남북방향으로는 다소 급한 경사를 이루게 했다. 한라산의 지형은 풍화나 침식작용보다는 백여 차례에 걸친 화산의 분출과 융기에 의해 비교적 원지형이 생생하게 노출된 유년기의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더불어 서안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영실과 병풍바위, 오백나한, 왕관바위, 삼각봉, 선녀폭포, 탐라계곡 등의 절경을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용암이 갖는 주상절리(柱狀節理)의 발달과 풍화에 의한 지형적인 특징으로 한라산은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은 해발 1,950m의 높이로 제주도의 중앙부에 솟아 있다. 이 중 국립공원은 정상 화구호인 백록담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14.4km, 남북으로 9.8km이며 면적은 153.386㎢이다. 1966년 10월 12일에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산록 지대가 천연기념물 제182호(한라산 천연 보호구역)로 지정되었고, 1970년 3월 24일 설악산 및 속리산과 함께 20개 국립공원 중 일곱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2년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8년에는 물장오리오름 산정화구호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모두 7개의 탐방로를 운영하고 있다. 


  1) 어리목 탐방로 : 어리목 탐방안내소 ~ 남벽분기점 (6.8km, 3시간) 

  2) 영실 탐방로 : 영실 휴게소 ~ 남벽분기점 (5.8km, 2시간 30분)

  3) 성판악 탐방로 : 성판악 탐방안내소 ~ 정상 (9.6km, 4시간 30분)

  4) 관음사 탐방로 : 관음사지구 야영장 ~ 정상 (8.7km, 5시간)

  5) 돈내코 탐방로 : 돈내코 탐방안내소 ~ 남벽분기점 (7km, 3시간 30분)

  6) 어승생악 탐방로 : 어리목 탐방안내소 ~ 어승생악 (1.3km, 30분)

  7) 석굴암 탐방로 : 충혼묘지 주차장 ~ 석굴암 (1.5km,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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