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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l 13. 2020

(르포) 매미나방의 습격

바보야, 문제는 지구 온난화라고! 

<이번 글에는 다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은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Warren Buffett)은 어디에 투자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질레트 면도기로 면도를 하고, 햄버거나 피자를 먹을 때 주로 코카콜라를 마시기 때문에 그는 질레트와 코카콜라 주식을 산다. 사람들이 흔히 먹고, 사용하는 제품의 주식을 사면 일확천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안정된 수익률이 보장된다. 아마도 이것이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 삶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제품이라면 소비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주식으로 돈 버는 비법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자주 보이게 되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곧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현실을 걱정과 우려의 마음을 한가득 담아 공유해 보려고 한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왔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번 동네 뒷산을 산책하면서 '매미나방 애벌레'를 사멸시킨 아내의 이야기를 위트와 유머를 섞어 글을 쓴 바 있다. 브런치 메인에 노출되었는지 조회수도 많이 나왔다. 그렇게 내심 조회수에 만족하며 다른 글감으로 연작을 쓰느라 그만 매미나방 애벌레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 오늘 온 가족이 오랜만에 다시 동네 뒷산을 찾았다 그만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미나방 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나뭇가지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미나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시베리아, 유럽 그리고 북아메리카에 고루 분포하는 나비목 독나방과 곤충이다. 집시나방이라고도 불리는데 성충의 경우 암컷의 날개 길이가 35~45mm, 수컷은 24~32mm로 암컷이 더욱 크다. 암컷은 주로 유백색이고 수컷은 주로 암갈색이나 흑갈색이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오해하기 쉽다고 한다. 가을에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약 9개월 동안 알 상태로 있다가 4월~5월경 부화한다. 유충(송충이)으로 약 2개월을 살다가 번데기가 되고, 약 15일간의 번데기 생활을 끝내고 성충이 된다. 성충의 수명은 7~8일이며 이 기간 동안 암컷은 5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산림이나 과수의 해충으로 익히 알려져 있고 대발생하는 경우 큰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 올해 유독 매미나방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기사를 찾아보니 지난해에도 매미나방의 습격으로 피해를 본 과수농가가 많다고 하니 매미나방의 대발생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미나방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산림의 피해뿐만 아니라 과수농가의 피해도 극심해 그저 나방이 좀 많아졌네 하는 식으로 넘겨 버릴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도 아직까지 매미나방의 개체가 갑자기 증가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만 꽤 설득력 있는 가설은 '기후변화, 즉 기후 온난화'이다. 알 상태로 겨울을 보내야 하는 매미나방 입장에서 혹한의 추위는 생존율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최악의 기후 조건이다. 그러나 몇 해전부터 우리나라의 겨울이 예전처럼 춥지 않고 비교적 따뜻해졌다. 눈도 내리지 않아 겨울 가뭄도 심해졌다. 이런 따뜻한 겨울이 매미나방에게는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천적인 금개구리는 개발에 따라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생태계의 맨 하단에 있는 매미나방에게는 뜻하지 않은 '태평성대'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어나무에도 매미나방이 자리를 잡았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뉴스와 공익광고를 자주 접했다. 해수면이 상승해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한 섬은 몇십 년 후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 심각성과 실질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의 일, 남의 일처럼 들린다. 머리로는 이거 심각한데 하지만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에 닥친 위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매미나방 역시 한두 번의 대발생으로 끝나는 현상이길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것 같지가 않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한 차원 더 심각해진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는 여전히 기후위기에 둔감하다. 누군가를 비난할 마음도 스스로를 자책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인간이 변화하지 않으면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멈출 수가 없다. "저는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주는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와 지구의 생명체들은 영원할지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가 생각나는 잠 못 드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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