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읽는 그림책 :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
오늘은 그림책 소개보다는 그림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을 긁적거려 본다. 그림책에서 독서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두서없는 글이니
<그림책론>,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등 아동문학 작가이자 비평가로 유명한 페리 노들먼이 그의 저서에서 밝힌 '독서의 즐거움'을 개괄하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언어의 즐거움 (언어가 서로 어울리는 방식에서 오는 즐거움)
☆ 주인공의 겪는 감정에의 동화
★ 이야기의 긴장과 해결에서 오는 즐거움
☆ 색다른 이야기에 대한 즐거움
★ 허구의 인물(주인공)과 나(독자)의 동일시에서 오는 즐거움
☆ 현실의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즐거움
★ 문학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에서 오는 즐거움
☆ 자아(인간, 우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즐거움
꼭 아동문학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을 듯하다. 보통의 독서도 이와 같은 즐거움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그림책의 경우는 여기에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견해이다)
★ 보는 즐거움 (읽고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 공간으로 확대되는 다양한 표현방식에서 오는 즐거움
★ 언어(글)와 상호작용을 통해 무한대로 팽창하는 상상력의 즐거움
☆ 소통의 매개체로서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즐거움
여기 아주 유치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그림책에서 글이 더 중요할까, 그림이 더 중요할까?'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혀를 쯧쯧 차면서, 이 둘에 대해 어떻게 경중을 가릴 수 있는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옳은 말씀이다. 두 언어는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독자를 향해 같은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면 이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이론(생각)과 현실의 괴리다.
보통 어른들은(나를 포함) 텍스트를 중심으로 읽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 텍스트를 읽기(듣기) 때문에 독서에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준과 Q도 아직 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린 시절에 이런 경우가 왕왕 있었다. 한 페이지의 텍스트를 다 읽고 넘기려고 하면 잠깐 기다리라고 하거나, 그 페이지를 다시 한번 읽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요령이 좀 생겨서 페이지를 넘기면 아이들이 그림 읽을(볼)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읽어 주세요'라고 하면 그때 텍스트를 읽어 주었다. 이런 면에서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훌륭한 그림책 독자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을 경우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림 읽기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림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작가가 그림에 특별한 장치를 숨겨놓지 않았다면 아이가 마음껏 보고, 읽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책의 효과 (또는 기능) 때문에 좋은 그림책을 '여백이 많은 그림책'으로 꼽기도 한다. 이미 텍스트의 맛을 아는 아이라면, 텍스트 없는 그림책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하면 그림을 읽고 난 후 스스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바둑의 수보다 글자의 조합이 더 무궁무진하니 기발한 이야기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준도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그림 읽고 이야기 만들기'에 참여해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상상력에 있어서는 발랄한 아이들이, 길들여진 어른에 비해 한 수 위 아니겠는가. 그런 장점을 십분 발휘하게 해 주는 것도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제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텍스트 위주의 책을 주로 권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적인 독서의 단점은 아이들이 책을 공부나 숙제로 받아들여 마지못해 한다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독서를 독려하지만 '즐거운' 독서를 따라가지 못한다. 독서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읽어야 할 책은 방치되기 일수다. 그림책이 이 시기 아이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이 깊다. 예전처럼 그림책에 열광하지 않는 아이들의 성숙함도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아이들과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세 번 읽는 그림책>을 연재하면서 틈틈이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