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詩, 그림책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하기

세 번 읽는 그림책 : 할머니의 여름휴가, 수박 수영장 (안녕달 그림책)

by 조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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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가 걱정이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염 우려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일상생활의 제약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청량하고 깨끗한 이미지인 블루(Blue)에 '우울감' 같은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건 오래전부터 불만이었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스카이 블루'나 '코발트 블루'처럼 특별한 색깔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어쩌면 패션 브랜드 네이밍으로도 잘 어울릴만한 '코로나 블루'는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는 또 하나의 전염병이 되었다.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 일본에서 코로나 블루는 자못 심각하다. 일본 경찰청은 최근 5개월 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러한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코로나 19의 영향이 있다고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언론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량 실업, 사회적 고립이 일본 국민을 코로나 블루로 물들이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코로나보다 코로나 블루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다는 뉴스도 있다)


미국도 코로나 블루 문제가 심각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미국인 정신건강평가'에 따르면 자신의 정신건강이 '우수' 혹은 '매우 우수'라고 응답한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의 76%를 기록, 이는 전년 대비 9% 하락한 것이다) 갤럽 역시 정신 건강이 저하된 가장 큰 원인을 팬데믹 영향(코로나 블루)으로 손꼽았다. 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로 우울감을 극복하려는 사례가 많다며 각 주별로 트리 판매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소개하기도 했다. 유럽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 통계청과 전국 학생연합이 공동으로 실시한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영국 대학생 절반 이상이 코로나로 고독감, 우울감, 슬픔, 불면증 등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코로나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로 독감과 두통을 동시에 앓고 있는 셈이다.


애석하게도 코로나 블루에 대한 뾰족한 예방책은 없는 듯하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 블루 예방 및 극복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리듬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시간으로 일상의 생활을 유지하라는 의미다. 좋은 말, 맞는 말씀이다. '건강을 위해서 담배 끊고 술도 줄이고 열심히 운동하세요.'만큼 불변의 진리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의외로 해법은 간단하니까. 정부가 이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으나, 다시 극성을 부리는 코로나 국면을 진정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당분간 각자도생 하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 집 코로나 블루 대책방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생각한 예방책은 '웃음'이다. 웃을 일이 없을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말 그대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 외부환경은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물론 결코 쉽지 않다. 사방에서 슬픈 소식, 우울한 뉴스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훅 들어오니까 정신 차리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감정이 물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워져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앉는다. 이런 순간에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거나 아재 개그,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한다. 열 번 도전하면 다행히 한두 번은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들면 나 자신도 웃게 된다. '마스크가 가장 확실한 코로나 예방책이라면, 웃음은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 블루 예방책이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볼 영화를 고를 때도 웃음을 기준으로 삼는다. 감동이나 교훈보다 생각 없이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를 고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본 두 편의 영화 '오케이 마담'과 '족구왕'은 좋은 선택이었다. '무한도전'이 떠난 예능 생태계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체제가 없어 아쉽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한 바탕 웃을 수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만한 선물이 없었다. 지금도 IPTV로 무한도전을 다시 보기 하는 이유다. 요즘처럼 전 국민이 우울한 시대에 '무한도전' 같은 '빅 재미와 큰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착한 예능보다 웃음을 주는 예능이 절실한 시대이다.


시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라 시 한 편을 읽는 것도 코로나 블루 예방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영화 <동주>를 본 후 구매한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김영랑 시인의 <영랑시집>을 옆에 두고 한 편씩 읽는데 효과가 그만이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동시나 밝고 명량한 시들은 발견의 기쁨을 선사하기도 하고, 절제된 서정시를 개척한 김영랑의 시에서는 내면의 고요함을 찾게 되기도 한다. (아래 시는 초판본 표기를 그대로 옮김)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빤짝.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윤동주 / '햇빛, 바람')


내마음의 어듼듯 한편에 끗업는

강물이 흐르네


도처오르는 아츰날빗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잇는 곳


내마음의 어듼듯 한편에 끗업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마지막으로 그림책 읽기도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조금이라도 우울하거나 울고 싶은 분이 있다면 동네책방으로 달려가 그림책 샤워를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 공간에 그림책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골라 그 안에 푹 빠져 보는 건 더 좋다. 만 원으로도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 집 힐링 담당 그림책은 <수박 수영장>과 <할머니의 여름휴가>이다. 안녕달 그림책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시원해진다. 당장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물고 싶게 하는가 하면 방안에 푸른 바다를 펼쳐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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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은 수박이라는 과일을 예술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 중 가히 최고의 경지라 부를 만하다. 어떻게 수박으로 이토록 멋지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지 감탄스럽다. 맛깔나게 그린 빨간 수박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수영복을 챙겨 입고 그 안을 허우적거리고 싶게 만든다. <수박 수영장>에는 극적인 이야기 요소가 없다. 무더운 여름, 수박 수영장에서 신나게 물놀이하는 이야기이다. 반을 쪼갠 수박이 수영장이 되어 어른들도 아이들도 신나게 노는 게 전부다. 아이들은 튜브를 가져와 놀기도 하고 때론 수박 껍질이 미끄럼틀이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신기한 건 그림책을 읽는 동안 마치 서걱대는 수박 수영장에 실제 발이라도 담근 것처럼 수박의 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수사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빨갛게 고인 수박 물에 발을 첨벙거리며 뛰어놀고 싶게 만드는 <수박 수영장>은 우울한 기분을 날려 주기에 충분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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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여름휴가>는 불안한 마음에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펼쳐놓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진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혼자 누워 있는 기분이랄까? 고독하지만 조금도 슬프지 않다. 이렇게 쓰면 누군가 나를 그림책 평론가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아니다. 딱 아이가 있는 집 아빠만큼 그림책을 읽었을 뿐이다. 다만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이 생겼고, 더 이상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지 않는 요즘도 꾸준하게 읽을 뿐이다. '세 번 읽는 그림책'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개인적 취향과 선호를 전제로 하며,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책을 공유하고 싶다는 취지로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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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할머니의 여름휴가> 작품 속 주인공 할머니는 덜덜거리는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여름을 난다. 바다에 다녀온 손자로부터 소라를 선물로 받고, 그 소라 안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이 모습이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에 제약을 받는 우리가 랜선으로, 그림책으로, 영화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비친다. 기념품 가게에서 바닷바람 스위치를 사 온 할머니는 덜덜 거리는 선풍기에 그 스위치를 달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할머니의 방안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우리도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니, 일어나기를 바라는가? 그 바람만큼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놓여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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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코로나 블루 예방책인 웃음과 시, 그리고 그림책이 누구에게나 효과 좋은 방법일 수는 없다. 다만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늦지 않게 찾기를 바란다. 만약 코로나 블루가 의심되면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추천한다. 마음의 병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모든 걸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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