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Dec 18. 2020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임시 선별 진료소 코로나 19 검사 체험 후기 

 탄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검사 결과 '음성(이상 없음)'임을 알려 드립니다. (분당구 보건소) 


 조금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한 확인 문자만 왔다. 검사 방법과 시간, 결과까지 이렇게 쿨내 진동할 수 있나! K-방역 인정, 역시 최고다.  


 성남시청 블로그와 이웃인 줄도 몰랐던 아내가 갑자기 포스팅된 글을 읽더니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코로나 19 2.5단계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선제적 진단검사' 실시를 위해 성남시에서 임시 선별 진료소를 4곳 추가 운영한다는 소식을 전해주면서였다. 시민 누구나,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내는 두 가지 이유로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1) 현재 코로나에 걸려 있는지 확인 

  2) 과거 (무증상) 코로나에 걸렸었는지 확인 (항체가 생겼는지)


 아내와 나는 드라이브 스루로 운영하는 탄천 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시계는 오후 4시를 지나 5시를 향해 가다 중간 언저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붐빌 거라는 예상과 달리 탄천 임시 선별 진료소는 한가했다. 평일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안내장을 받아 문자로 휴대폰 뒷번호 4자리, 성별, 연령대만 지정된 휴대폰 번호로 보내면 간단하게 접수도 끝났다. 신상정보를 기록하지 않는 건 임시 선별 진료소의 이점이었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차 안에서 대기하다가 그대로 검사를 받았다. 마스크는 벗지 않고 코가 보이도록 살짝 내리기만 하면 됐다.   


 독감 검사를 몇 차례 받아 본 나는 사실 조금 겁이 났다. 코로나 19 검사는 독감 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소문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기 때문이었다. 독감 검사가 너~~~무 아픈 정도는 아니었지만, 받을 때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아서 증상도 없는 코로나 19 검사를 굳이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 마뜩잖았다. 아내만 검사받고 그저 운전수 노릇만 하려고 따라갔는데 '온 김에 받아라'는 낮고 차분하게 깔린 아내의 한 마디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는 금방 끝났다.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독감 검사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가늘고 긴 면봉을 콧속 깊숙한 곳까지 찔러 넣는 게 전부였다. 물론 더 깊숙하게 더 오래 찔러 넣기는 했다. '이제 끝났겠지' 생각했는데 한참이나 더 들어갔다. 당연히 더 아팠다. 검사가 끝난 후 계속 콧속이 얼얼했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 독감 검사한 번 안 해 본 아내에게 '독감 검사보다 무지 아프데'라며 잔뜩 겁을 준 터였는데 정작 아내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수영할 때 코에 물 들어 간 정도잖아. 뭐가 아프다는 거야?" 라며 특유의 패왕색 패기를 자랑했다. 역시 해적왕이 될 재목이야! 


 검사 결과는 24시간 이내 문자를 통해 전해준다고 했는데 다음 날 오전에 문자가 왔다. 다만 검사 결과는 '현재 코로나에 걸렸는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 걸린 이력'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과거 이력을 확인하는 검사는 방법이 다르다고 했다. 아무튼, 아내도 나도 모두 '음성(이상 없음)' 결과가 나와 다행이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역시 아내 말 듣기를 잘했다.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 위해 차에서 기다리다 계기판에 나온 외부 온도를 보니 영하 4~5℃를 왔다 갔다 했다. 혹한의 오후였다. 주차장 내부라 해도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그럼에도 탄천 임시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관계자분들은 힘든 기색 하나 내지 않았다. 이런저런 질문에도 자세히 답변해 주었다. 의료진과 정부 관계자의 노고와 희생 덕분에 잘 버텨온 코로나 19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일부러 힘차게 인사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 노력하는 우리 국민의 노력에도 새삼 자긍심이 느껴졌다. 일부 '철없는' 사람들 때문에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 고비만 함께 잘 넘기면 다시 안정권이 되리라 믿는다. 꼭 그래야만 하고. 


 연말까지 되도록이면 외부 모임은 취소하고 가족끼리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코로나 19 지긋지긋하다. 이제 좀 떠나보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내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래된 기억 속 한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