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그림책

세 번 읽는 그림책 : 우리 가족 추천 크리스마스 그림책

by 조이홍

지난 일요일 밤, 크리스마스에 읽으면 좋을 만한 그림책을 몇 권 엄선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아이들 책장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던 아내는 금방 열 권이 넘는 그림책을 꺼내 주었다. 그러자 수학 문제를 풀던 준도, 화장실에서 만화책을 보던 Q도 뛰어나와 거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들었다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했던 그림책을 찾아 헤맸다. '그럴 것까진 없는데….' 아무도 내 말은 듣지 않았다. 몇 권이면 되는데 서른 권도 넘는 책이 돌로 쌓아 만드는 소원탑처럼 오도카니 또 하나 만들어졌다. 자꾸 방안에 그림책탑만 늘어 난다.


늦은 밤까지 전문가(?) 별로 추천한 그림책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감동 가득하며 겨울에, 특히 크리스마스에 읽기에 그만인 그림책들이었다. 준과 큐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읽었던 오래된 그림책도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정도 남겨두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어달라고 졸라댔던 그림책이었다. 몇 해가 지나도록 아이들도 나도 까맣게 잊고 있던 그림책을 덕분에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이 책이 여기 있었네!' 하는 느낌. 뭐랄까, 소풍 가서 보물찾기 1등 상품을 발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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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서른 권의 책을 아홉 권으로 추려서 소개하고자 한다. 내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너무 유명한 그림책은 제외했다.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도, 코로나로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어른들도 읽을만한 그림책이다. 도서관에서도 쉽게 빌려볼 수 있는 그림책이니 서두르면 이번 크리스마스를 좀 더 즐겁게 보내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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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료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 바버러 구니 그림, 루스 소여 글, 이진영 옮김

작가 루스 소여가 세계 각지를 돌며 채록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가운데 하나로, 오스트리안 티롤 지방의 옛이야기이다. 이 작품에는 산타할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못생기고 뚱뚱한, 하지만 마음씨만큼은 넓고 따뜻한 요정 왕 로린이 등장한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심술궂게 대하지만 많은 선물을 주고 사라지는 로린 왕의 쿨함을 엿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산타할아버지라는 공식을 깨버리는 내용으로 아이들도 흥미 있어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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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파티> 가브리엘르 벵상 글/그림, 김미선 옮김

에르네스트 아저씨(곰)와 셀레스틴느(생쥐)의 포근하고 잔잔한 가족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한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형편이 나빠진 탓에 셀레스틴느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실망한 셀레스틴느를 위해 친구들을 초대해 즐거운 파티를 열어 준다. 가난은 조금 불편할 뿐,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지 못할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모두가 더없이 행복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보내지만 가장 행복한 건 역시 셀레스틴느와 에르네스트 아저씨다.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원한다면 이만한 그림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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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산타 마을에서는요…> 그림 구로이 켄, 글 가노 준코, 옮긴이 고향옥

12월에 잠깐 세상에 등장하는 산타할아버지는 평소에 어떻게 지낼까? 그 궁금중에 대한 해답이 이 그림책에 있다. 산타할아버지의 열두 달을 '생생정보통신' 급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어떻게 산타할아버지가 그토록 짧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 어린이에게 선물을 전해줄 수 있는지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준과 Q가 12월 내내 읽어달라고 했던 바로 그 그림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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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미야나시 타츠야 그림/글, 이선아 옮김

<고 녀석 맛있겠다>로 유명한 작가 미야나시 타츠야의 또 다른 작품 세계로 본능에 충실한 늑대와 귀여운 아기 돼지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아기 돼지들을 잡아먹으려는 늑대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는데 이번에는 하필 크리스마스이브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기돼지들을 모조리 잡은 늑대는 그만 자기가 망가뜨린 트리에 넘어져 심한 부상을 당한다. 아기들은 다친 늑대를 돌봐주고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준다. 결국 아기돼지들을 잡아먹으려는 늑대는 포기하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나직이 말하며 집으로 향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의 신비로운 힘에 관한 동화, 마음이 착해지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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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쉬 마운틴> 글, 그림 비에른 루네 리, 번역 유진민

노르웨이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 비에른 루네 리의 <슬러쉬 마운틴>은 크리스마스와는 상관없지만, 겨울철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그림책이다. 스토리 라인 없이 눈의 고장 슬러쉬 마운틴의 하루를 마치 방송처럼 소개해 주는데 일러스트레이터답게 캐릭터에 자꾸 눈이 간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점프, 보드, 스노모빌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가 등장한다. 곳곳에 작가 특유의 유머를 엿볼 수 있는 지점도 있는데 이를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다. '예술장르'로서 그림책을 선보이려는 의도만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작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그림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아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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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크리스마스라면 응당 떠오르는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트리, 선물이 등장하지 않는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가장 가혹한(?) 크리스마스 그림책일지도 모른다. 바로 할머니(노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도 친구들도 모두 떠나보낸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 아니다. 가족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는 조촐한 파티도 더는 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아이들이 즐겁게 보내리라 상상하는 것이 할머니의 크리스마스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외롭고 고독한 것만은 아니다. 편안한 집에서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안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일 뿐. 그러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할머니는 그렇게 두려워하던 집 밖으로 나간다. 마지막 문장은 눈물이 핑 돈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이었어요."


만약, 시간이 너무 없어 딱 한 권의 그림책만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당장 고향집에 전화부터 드리게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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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폴> 센우 글, 그림

특별히 겨울에 관한 그림책은 아니지만, 남극 기지를 배경으로 한 탓에 요맘때 읽으면 좋은 작품이다. 빨간 목도리를 한 아기 펭귄 폴이 너무 귀여워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귀여운 폴이 주인공이지만 사실 <안녕, 폴>은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은 남극 생태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따뜻하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지만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에 그만이다. 자연환경은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우리 세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한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대할 필요는 없다. 온통 아기 펭귄 천국이 된 남극 기지를 보면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오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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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존 로코, 이충호 옮김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마친 예비역 병장으로서 <폭설>을 읽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군대에서 제설작업 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준 기억이 났다. 사내아이들이라 그런지 군대 이야기에도 어찌나 눈망울이 초롱초롱한지. 물론 눈이 2미터까지 내린 일촉즉발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덕분일 테지만. <폭설>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다. 마을에 1미터가 넘게 눈이 쌓여 고립된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즐겁다. 눈 속에서 굴을 파 비밀의 방도 만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제설차가 오지 않아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아이는 꾀를 내 테니스 라켓을 활용한 설피로 슈퍼마켓까지 대장정의 길에 오르게 되는데…. 우유를 넣은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이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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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로버트 배리 글, 그림, 김영진 옮김

'기쁨을 함께 나눈다'라는 면에서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는 크리스마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대저택에 사는 윌로비 씨의 커다랗고 싱싱한 초록 크리스마스트리는 너무 크기 때문에 맨 꼭대기가 뎅겅 잘려나간다. 그렇게 잘린 나무는 백스터 집사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되고, 다시 하녀 애들레이드 양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나무를 사용하고 맨 꼭대기를 잘라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윌로비 씨의 잘린 나무가 정원사 팀 아저씨, 곰 가족, 여우 가족, 토끼 가족, 생쥐 가족의 근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선행이 되어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주별로 얼마나 많은 크리스마스트리가 팔려나갔는지 뉴스로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인에게 크리스마스트리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그림책이라 크리스마스에 읽기에 그만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가족이 추천하는 아홉 권의 '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그림책' 소개를 마친다. 참고로 순서는 초판 발행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코로나로 그 어느 때보다 지루하고 따분하리라 예상되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각자의 방법으로 즐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곁에 좋은 책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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