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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an 09. 2021

아날로그의 반격

출동, 비료 포대 썰매 원정단!

준과 Q에게 '옛날 사람'이자 '시골 사람'인 나는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흥미 유발자'는 아니다. 

물론 아이들도 야외활동을 선호하지만,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게임만 한 게 없지 않겠는가!

옛날 사람, 시골 사람이라도 그쯤은 안다. 눈치는 있다고! 


그러나 모바일 게임보다는 PC 게임을, PC 게임보다는 오락실 게임을 선호하는 나는 이미 아이들에게 'out of date' 사람이다. 


'월광보합'이라는 게임기를 장만했더랬다. 

어린 시절 코 묻은 50원짜리 동전을 좁은 틈으로 밀어 넣고 숨이 멎도록 열중했던 바로 그 게임들이 무려 500여 가지가 탑재된 신박한 게임기였다.

몇 달은 아이들과 신나게 게임을 즐겼지만,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옛날 게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빠르고 쉽게 오는 것은 빠르고 쉽게 잊혔다. 

디지털 시대의 숙명으로 모든 아이템은 '상품(생명) 주기'가 무척 짧았다.


며칠 전 폭설이 왔던 날, 아닌 밤중에 제설 작업을 하게 되었던 바로 그 날, '라떼는 말이야'가 한창이던 그 날!

'비료 포대' 타고 동네 뒷산을 누빈 썰도 당연히 등장했다.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시시한 플라스틱 썰매와는 차원이 다른, 마하 속도 추진 기능이 탑재된 전설의 '비료 포대' 썰매 말이다. 


"아빠 또 거짓말!" 

"시골(옛날)에는 썰매가 없으니까 비료 포대로 탈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하지만 썰매가 없어서 비료 포대를 탄 건 아니었다. 각종 실험을 통해 가장 빠른 (썰매는 스피드가 생명 아니겠는가!) 탈 것으로 '비료 포대'가 증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의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비료 포대 썰매 원정단' 출범식을 가졌다.  

갑자기 비료 포대를 구하기 어려워 99% 유사한 재질의 책상 매트를 사용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아이들은 '이걸로 되겠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옛날 사람'이자 '시골 사람'인 내가 비료 포대의 재미와 스피드를 아이들에게 증명했다. 

선수급 스키어인 아이들도 비료 포대 썰매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준은 스키 레벨 1 보유자다.)

하늘에 닿을 듯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게임할 때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웃음소리! 

"오, 시골 사람 역시 최고!" 

"내일 또 타러 나오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드디어 시골스러움의 가치를 인정받아 마음이 뿌듯했다.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보는 혹한의 날씨였다. 

하지만 "추위는 바람"이라는 옛 성인의 말씀대로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10분만 더'를 외치는 아이들 때문에 꼬박 두 시간 동안 비료 포대 눈썰매를 탔다. 


"그래, 게임하는 것보다 눈 위에서 즐겁게 뒹구는 편이 훨씬 좋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탄 곳은 아파트 뒤편 텃밭 올라가는 길 옆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입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촬영하였으며, 안전하게 비료 포대 썰매를 탑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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