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고민되고 절친이 미워질 때

세 번 읽는 그림책 :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by 조이홍

우연한 기회로 진화론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서울대 장대익 교수님의 <사회성이 고민입니다>를 읽게 되었다. 관계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외로움, 평판, 경쟁, 영향, 공감에 관한 고민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따뜻한 공감으로 위로해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최신의 과학적(뇌과학, 인지심리학 등) 성과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과학자의 입장에서 Cool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왜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당기는 날이 있지 않은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진화했다'는 말이 물론 마냥 차갑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에 '던바의 수 (Dunbar's Number)'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나온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가 영장류의 신피질 비와 집단 크기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제시한 숫자이다. 과연 인간 한 명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인 던바의 수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150!


그렇다, 150명이다. 사회가 아무리 복잡해지더라도 현재의 뇌로 진화한 인간이 유지할 수 있는, 소위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관계의 최대치는 150명 안팎이다. 통상 5명의 '완전 절친'과 15명의 '절친', 35명의 '좋은 친구'와 150명의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여러분은 어떠신가? 부족한가, 아니면 넘치는가? 물론 연예인이거나 셀럽, SNS 인플루언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 (어쩐지 요즘 '라이킷'이 많이 줄었다 싶더니…) 따라서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조언해 준다. 격렬하게 공감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나에게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50명 안에서 혹은 35명 안에서, 또는 15명 안에서 미워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냔 말이다. (5명의 완전 절친 그룹은 건드리고 싶지 않다!) 휴, 정말 다행인 게 이럴 때를 대비한 아주 적절한 그림책이 마침 우리 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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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아이들의 철학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마음일까?>를 읽어보면 절반쯤은 고민이 해결될 터였다. 이미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천국일까?>등을 통해서 철학의 영역에서 다룰만한 무거운 주제를 그림책 장르로 경쾌하게 풀어낸 이력이 있는 작가는 '미움'의 영역에서 사회성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뜨거운 핫 초코 같은 조언을 한 컵 가득 부어준다. 아, 따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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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나 자신이 점점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상관없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양말을 돌돌 말거나 집에 있는 예쁜 숟가락을 꺼내 예쁘게 늘어놓아 보든가, 베개에게 노래를 불러주라고 한다. 효과가 있겠어? 물론 확실한 처방은 아니다. 하지만 별거 아닌 일이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는 일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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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무 속상해서 뭘 해도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위로 세트'를 가까이에 두면 된다. 애장 하는 드라마(아직도 도깨비를 보면 힐링된다), 간식, 독서 또는 따뜻한 물에 반신욕 무엇이든 좋다. 미움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꼭 가까운 곳이 배치해야 함을 잊지 말기를. 공감 또한 큰 도움이 된다.


'미움 때문에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모두가 힘들구나.'


<이게 정말 마음일까?>는 미운 마음을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하지만 다른 그림책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아니 꼭 읽었으면 하는 그림책이다. 따뜻하고 공감되는 에세이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주 짧지 않은가?)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미워하는 마음을 제대로 알아야 그 마음을 감싸 안을지 아니면 차갑게 내팽개칠지 결정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문장이 비단 아이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래,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싫은 사람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그 자리를 잘 피하거나 당당히 맞서거나,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을 테니까.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요즘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마침 영화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미도 작가님의 <독보적 영어책>에서 공감 백만 퍼센트 문구를 발견해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책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당신은 좋은 책을 읽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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