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예쁜 사려니 숲길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준, 큐 형제의 이름은 아내와 내가 함께 지었다. 몇 달을 고민한 끝에 지었다. 작명소에서 지어주는 것보다는 부모가 지어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이 작명소에서 지은 이름인데, 어렸을 때 친구들이 자기 이름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지어 주셨다고 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이름은 직접 지어주기로 한 것이다. 준은 남을 돕는 사람으로, 큐는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대학 은사님이 그런 의미를 담아 한자를 붙여주셨다. 준, 큐 형제는 가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름 그대로 성장하고 있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이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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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이름마저도 예쁜 숲길이 있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곳, 바로 사려니 숲길이다. 조천읍 교래리를 가로지르는 숲길로 사려니 오름에 가는 길이다. 사려니라는 말은‘신성한 숲’이라는 뜻인데 어원은 분명하지가 않다. 솔아니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솔아니는 숲 안이라는 뜻이다. 그냥 숲의 안쪽이 아니고 사람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왜 사려니 숲길을 신성한 숲길로 부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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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은 2009년 처음 개방되었는데, 우리 가족도 겨우 서 너 해 전에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때도 이미 제주의 웬만한 곳은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사려니 숲길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고작 나무가 뭐라고 호들갑 떠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곳에 가보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려니 숲은 삼나무 숲길이다. 빽빽하게 늘어선 삼나무 숲길을 걸으며 그 향기에 빠져볼 수 있다. 하지만 삼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에 따르면 약 250여 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하는데 숲길을 걷다 보면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예쁘고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맑은 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온통 초록의 세상은 눈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마침 비라도 오면 숲 냄새로 코끝이 아찔하다. 우리는 입구부터 월든 삼거리까지 약 7km를 걸었다. 이곳에서 물찻오름과 붉은오름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현재 사려니 오름은 오를 수 없다. 1년에 딱 한 번만 개방한다. ‘사려니 숲 에코힐링’ 체험이 매 해 5, 6월에 열리는데 이때만 사려니오름에 오를 수 있다. 사려니 숲길은 차도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고 평탄해 걷기에는 그만이다. 중간중간에 숲 안쪽으로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는데 그곳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하늘 높이 뻗은 삼나무 숲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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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사려니숲 에코힐링체험 이야기>


산림문화체험 사려니숲길위원회가 주관하는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은 올해 5월 25일 ~ 6월 2일 개최되었다. 행사 기간 동안 음악공연, 북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6~7세 어린이 및 가족을 위한 숲 속 테마 체험교실, 전문가와 함께 하는 숲길 탐방, 사려니숲 사진 공모전, 에코힐링 대행진 등의 행사기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평상시 미개방 구간인 물찻오름, 성판악 코스, 사려니오름 코스가 개방되었다.


사려니오름은 붉은오름 입구에서 출발할 경우 편도 14km (5시간 내외),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출발할 경우 편도 16km (5~6 시간)로 꽤 긴 거리다. 윌든 삼거리에서 사려니오름까지 높이 20미터가 넘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은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으로 사용된 야쿠시마의 원시림을 떠오르게 한다. 사려니오름의 해발고도는 523미터고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깊고 우거진 천연림이다. 맑은 날에는 서귀포 앞바다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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