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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Mar 01. 2021

비 내리는 3.1절

온라인으로 태극기를 게양하며 

3.1절이다. 

태극기를 게양하려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비가 오면 태극기를 게양할 수 없다. 아니, 하면 안 된다.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 년에 몇 번이나 태극기를 꺼내 본다고….

매 순간 그렇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일 년에 며칠은 역사에 감사하고, 역사를 반성하고, 역사를 되새기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는 법이니까.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상에서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할까 한다.  

시대에 걸맞은 방법이려니 위안도 삼는다. 

중요한 건 마음과 행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리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두 해 전부터 아이들이 '안중근 의사 순국 추모 전국 학생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다. 

소월로로 출근하던 내가 우연히 대회 현수막을 발견한 덕분이었다. 

평소 글쓰기에 소질 있(다고 생각하)던 첫째는 입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독서는 좋아하지만 글쓰기는 질색하던 둘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덜컥 둘째만 입상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첫째는 와신상담하며 다음 대회를 기다렸지만, 지난해에는 모두 입상하지 못했다. 

물론 입상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테지만,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아픈 역사를 공부하고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일 터였다. 


둘째의 허락을 얻어 지난해 참여했던 '평화는 어렵지 않은데'라는 시를 소개해 보려 한다. 


값도 싸고 따뜻해서

겨울이면 항상 입었던 일본 옷       

엄마는 올해 한 벌도 사주지 않았다. 

     

시원하고 맛있다며

퇴근 후 아빠가 마시던 일본 맥주도     

냉장고에서 사라졌다.       


할머니들은 사과를 원한 것뿐인데

염치없게도 그들은 복수를 했다. 

     

모두가 No Japan을 외쳤다.     

일본 제품은 사지 않는다.

일본 여행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은 일본 정부가 했는데

고생은 일본 국민이 한다.      


백 년도 전에,      

안중근 의사가 외쳤던 동양 평화는

초등학생도 가만히 들으면 이해되는데

     

일본에 있는 높은 아저씨들에게는 

정말 어려운가 보다.       


평화는 어렵지 않은데.


누군가는 왜 과거에만 연연하냐고 한다. 미래를 보라고 한다. 

맞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마주 앉아 미래를 함께 이야기해야만 한다. 

원피스 애독자이고, 하루키를 좋아한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물론 그전에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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