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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Mar 07. 2021

물 마시면 정말 몸에 좋을까?

도전! 하루 물 3리터 마시기 - 4주 차를 끝마치며

<하루 물 3리터 마시기를 성공해도 삶이 치유되진 않는다. 하지만 작은 성취감과 뽀얀 피부는 얻었다. 충분하다!>

'해내고야 말겠어!'

뭐 이런 엄청난 각오로 물 3리터 마시기를 도전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뉴스 기사를 보았고 아내에게 '해볼까?' 했더니 '그래.' 했다.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한 도전이 오늘로 4주 차,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3리터 꽉 채우는 마지막 물 한 잔은 팥차로 마셨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팥차는 향긋하니 가볍게 마시기에 그만이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언제나 새해가 되면 다 지키지도 못할 한 해 계획을 1번부터 10번까지 빼곡하게 적었다.

적고 나면 마치 벌써 다 이룬 듯 기분이야 좋았지만, 정작 연말이 되면 반의 반도 지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4주 차 단위로 이렇게 작고 의미 있는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특히 브런치에 매주 겪는 '신체 변화'를 올린 건 신의 한 수였다. 

혼자만의 결심이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연재함으로써 '다른 이들과의 약속'이 되었다.

이것이 힘들다면 힘든 이 도전을 4주까지 견디게 해 준 1등 공신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 '피부'가 정말 좋아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좋아졌다. 

내 경우는 2주 차(10일 전후)에, 아내의 경우는 3주 차 말미(20일 전후)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아내보다 내가 효과도 먼저 나타나고, 뽀얀 피부도 더 눈에 띄었는데 마지막 주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아내 피부야말로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다.  

매일 아침 정성스레 하던 얼굴 관리도 물 마시는 4주 동안 거의 하지 않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아침마다 30분씩 꾸준히 투자한 얼굴 관리보다,

지난 4주 동안 3리터 물 마시기를 통해서 피부가 훨씬 좋아졌다.  

집에서 하는 얼굴 관리가 피부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정도였다면, 

물 마시기는 확실한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게다가 아내가 말하기를 "피부에서 빛이 나니 잡티가 안 보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단다.

물 마시기가 피부에 좋다는 '카더라 통신'은 우리 부부에게만큼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기에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된다!) 


대부분 40대 남성분들이 비슷하겠지만, 샤워 후 얼굴에 간단히 로션 하나 바르는 게 전부인 나였다. 

건조한 겨울에는 특히 다리 부분이 갈라지고 가려움증을 겪곤 했다. 

심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다리에서 피가 났다. (잠결에 너무 박박 긁어서.)

물 마시기의 당연한 결과로 이런 갈라짐이나 가려움증을 조금도 겪지 않았다.  

내 다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끄러운 피부가 되었다. (여전히 로션은 바르지 않는다)


3주 차에 생긴 변화에서 언급했듯이 '안구 건조증'이 있어 인공 눈물을 달고 살았던 아내도 

물 마시면서는 단 한 번도 인공 눈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자다 깰 정도로 증세가 심한 편이었던 아내로서는 인공 눈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물 마시기 효과를 단단히 본 셈이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체중 감소는 없었지만 이것도 잠깐 짚어볼 필요는 있겠다. 

보통 명절을 지내면 2~3kg 정도 체중이 불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감소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

시작한 날과 마지막 날 체중을 측정해 보니, 내 경우 소수점 한 자리까지 똑같았고, 

아내는 다이어트를 병행해 2kg 정도 감소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배가 불러 다른 걸 못 먹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신체에서 적정한 양 이상의 수분은 바로 배출해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이 위를 팽창시켜 더 허기가 진다는 소수 의견 (아내)도 있었다. 


하루 물 3리터 마시기 최대의 적은 화장실 자주 가기였다. 

소변보는 게 일이었다. 헤아려보니 통상 가는 횟수보다 5~6회 정도 더 갔다.

중장년층은 체내 수분량이 적어서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때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30분마다 200ml 한 컵 분량의 물을 나눠 마시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이런 방법을 모르고 도전 초반에는 일어나자마자 700~800ml 정도 마셨다.

(그래야 하루 3리터 마시기가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들락거렸다. 

지난 주말에는 겨울 바다를 보로 갔다가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지옥'을 경험하기도 했다. 

정말 화장실 걱정만 아니라면 3리터 물 마시기쯤은 1년이라도 할 수 있겠다. 


반면 물 마시기 덕분에 활발해진 대장 운동으로 큰일 보는 게 행복했다. 

이는 생각하지 못한 행운(?)이었다. 

매일 꼼꼼하게 챙겨 먹던 유산균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대장 운동은 언제나 활화산이었다. 

개인적으로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께 물 마시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물 마시기를 통해 아내 입맛도 달라졌다. 

아내는 커피 마니아, 얼음물 마니아였다. 

하루에 커피 2리터 (머그잔으로 4잔 이상)는 기본으로 마셨다. 

겨울에도 물은 항상 얼음을 동동 띄워 차갑게 마셨다. 

그런 아내가 커피는 하루에 500ml 미만으로 줄였고, 물도 미지근하게 해서 마신다. 

이는 물 마시기 효과라기보다는 '습관'의 변화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겠으나, 

어떤 것이 몸에 더 이로운지 과학적 근거가 없어 결론 내리기 어렵다.  


커피나 와인이 한창 유행일 때, 하루가 다르게 서로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곤 했다. 

커피가 몸에 좋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와인 한 잔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합리적인 과학 실험에서도 이렇게 상반되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세상도, 우리 몸도 너무 복잡해 칼로 두부 썰듯 싹둑 잘라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4주간 하루 물 3리터 마시기를 통해서 잃은 건 별로 없고 얻은 건 많았다. 

그렇다고 피부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지만 아내는….)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은 2리터 정도이고,   

국내 생수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서는 하루 권장 섭취량을 체중에 33을 곱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인 성인은 하루 최대 2.3리터 정도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한다)

따라서 내일부터는 하루에 2.5리터 정도를 꾸준히 마셔보려고 한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만약 눈에 띄는 다른 변화가 목격된다면 다시 독자분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그건 그렇고 500ml 줄였으니 화장실 걱정은 그만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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